2년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내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대통령경호처 직원 A씨를 파면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가 하루만에 비공개 처리됐다. 청원인 B씨는 “청와대가 앞서 제출한 진정서를 묵살했고, 사과도 없었기에 청원을 낸 것이고, 명예훼손이 되지 않도록 인적 사항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고 썼다”며 반발했다. A씨도 “허위 사실 유포 명예훼손”이라고 맞서면서 사건은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A씨는 B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고, B씨는 A씨에게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경호처 직원 A씨는 청원인 B씨에게 900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작년 9월 B씨가 A씨를 명예훼손했다는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이 B씨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B씨가 또 다시 승소한 것이다. 특히 이번 재판 과정에서는 A씨의 불륜 상대이자 B씨의 아내가 외교부 소속 공무원인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은 9일 B씨가 A씨를 상대로 낸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에서 “A씨는 B씨의 부부 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남편인 B씨의 권리를 침해해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며 “B씨에게 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한적하고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B씨의 아내와 인천 월미도에서 만남을 가졌다. B씨의 아내는 자신의 사진을 찍어 A씨에게 전송했다. A씨와 B씨의 아내는 함께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다”며 “이를 종합하면 A씨는 B씨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사건의 시작은 2020년 2월의 일이다. B씨는 A씨에게 ‘귀하의 부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등 조치 요구’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서를 발송했다. 그러면서 “나와 내 딸에 대한 위자료 각각 5000만 원씩 총 1억원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소송과 경호처의 징계 및 사과 요구를 진행하고 공론화하겠다”고도 했다.
A씨는 이 내용증명서를 받은 뒤 정식 사과했다. A씨는 “이번 일에 따른 변호사 선임 비용 등 금전적 비용뿐 아니라 심리 상담 비용 등 정신적 피해 비용을 알려주면 성심껏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B씨에게 보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A씨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B씨는 그해 4월6일 B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호처의 불륜 경호원을 파직하고 처장의 진심 어린 사과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청와대는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직후 비공개 처리했고, A씨는 즉시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B씨를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검찰도 A씨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였다. 다만 B씨의 청원글이 ‘허위’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은 그해 12월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과 공갈 미수 등의 혐의로 B씨에 대해 300만원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약식명령을 요청했다.
이를 받아든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은 약식으로 처리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정식 재판에 붙였다. 결국 무죄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B씨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이 사건이 공무원의 공직자 윤리는 공적 관심사라는 이유에서였다.
재판 과정에서 경호처 직원인 A씨와 외교부 직원인 B씨의 아내는 2019년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때부터 밀접한 관계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호처는 2020년 초부터 증거를 제출하며 징계를 요구하는 B씨의 목소리를 1년 넘게 외면하다, 1심에서 B씨가 무죄를 받고 불륜이 사실로 드러나자 부랴부랴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이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했다. 다만 검찰은 B씨가 무죄를 받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한 상태다.
외교부는 이 사안에 대한 사태 파악에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