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AOA 찬미가 15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하며 청소년 봉사를 한 어머니 임천숙 원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tvN

경상북도 구미시 황상동 버스 종점의 한 조그마한 미용실은 한때는 학생들로 북적이던 사랑방이었다. 갈 곳 없는 10대들은 그곳에서 끼니를 해결했고, 어떤 아이들은 “재워 달라”고 찾아오기도 했다. 머리 하는 미용실을 밥과 정이 오가는 곳으로 만든 건 미용실을 운영하는 임천숙 원장 본인이었다. 임 원장은 아이돌그룹 AOA 찬미의 어머니로도 유명하다.

임 원장은 1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처음 청소년 봉사를 하게 된 건 지금의 찬미 나이인 26살 때였다고 했다. 시작은 소소했다. 임 원장이 배고파서 밥을 먹으려고 할 때 혼자 먹을 수 없으니 “같이 먹자”고 했고, 한창 배고플 나이의 아이들이 숟가락을 얹으면서 청소년들의 쉼터가 됐다. 임 원장은 언제나 미용실에 대량의 밥과 반찬을 마련해놨고, 라면은 알아서 끓여 먹는 시스템이 됐다.

AOA 찬미 어머니 임천숙 원장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아이들이 라면을 먹고 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가정불화를 겪은 아이들이 가출해서 찾아오면 보살펴주기도 했다. 임 원장은 “밥을 먹여주고 따뜻하면 심리적으로 편안하니까 아이들이 나쁜 짓은 안 한다”며 “다독여주면 부모님 연락처를 알려준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에게 ‘아이는 이곳에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문자를 보내고, 데리고 있다가 설득하면 또 집으로 간다”고 했다. 짧으면 일주일이지만 길게는 2년 정도를 가족처럼 집에서 보낸 아이도 있었다.

형편이 넉넉했던 건 아니었다. 임 원장은 “모자(母子) 가정이어서 시에서 쌀과 라면 나오는 것과 제가 벌어서 쓰는 것으로 충당이 안 될 때는 전기선 끼우는 부업을 했다”고 했다.

AOA 찬미의 어머니 임천숙 원장은 15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하며 청소년 봉사를 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그렇게까지 아이들을 돌본 건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였다. 임 원장 역시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 탓에 불안정했던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아버지를 피해 기차역과 터미널을 전전하며 대합실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행복해 보였다”며 “그때 누군가 내 모습을 보고 손을 내밀었다면 어디든 따라갔을 것”이라고 했다.

찬미는 어린 시절에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제 친구들은 엄마를 저희 엄마인 줄 몰랐다”며 “미용실 원장님인 줄만 알았다. 엄마를 엄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게 제일 서운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찬미의 롤모델은 ‘엄마’라고 했다. 찬미는 “엄마처럼 살면 후회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를 들은 MC 유재석은 “아무나 살 수 있는 인생은 아니다. 마음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다”라며 동조했다.

찬미는 얼마 전 어머니 성을 따라 이름도 ‘김찬미’에서 ‘임찬미’로 바꾸었다. 찬미는 “성이 본(本)이지 않나. 내가 태어나고, 나를 길러주고, 내 모든 것의 뿌리가 ‘본’인데 제가 지금 이렇게 구성된 건 엄마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았고 앞으로도 저는 엄마랑 같이 살아갈 거기 때문에 엄마 성을 따라서 사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임 원장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AOA 찬미. /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찬미는 재작년쯤 혼란스러운 마음에 “그만할까?”라고 어머니에게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임 원장은 “그럼 그만해. 찬미가 행복하지 않고,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해야지”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찬미는 “그 말이 힘이 많이 됐다”며 “내가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으니까 ‘조금만 더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들 버티라고만 하잖아요 주변 사람들이. 그런데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줘서 진짜 고마웠다”고 했다.

찬미는 또 “어릴 때 많이 챙겨주지 못한 것 같다며 미안해하시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엄마가 미안해하는 건 속상하다”고 했다. 청소년 봉사에 쏟은 것 못지않게 어머니는 세 자매에게도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찬미는 “몇 번을 태어나도 엄마 딸로 태어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재벌이든, 지금 같든, 지금보다 더 형편이 안 좋아도 그런 건 상관없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