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장관 직속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21일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여파로 비대해졌다는 지적을 받는 경찰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권고안을 발표한다. 지난 5월 중순 출범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하지만 이를 하루 앞둔 20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비공개로 연 수뇌부 회의에서 자문위에 대해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를 중요하게 여긴 경찰법 정신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정면 비판하는 등 경찰 안팎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김 청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린 일일회의에서 자문위 권고안과 관련해 경찰 입장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라고 주문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면담도 신청했다. 경찰은 내일 권고안이 공식 발표되면 “몇몇 자문위원의 의견이 아닌 시민단체 등 범국민적인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문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위는 우선 경찰 행정이나 인사 등에 관여하며 경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부서인 ‘경찰행정지원관실’(경찰실·가칭)을 새로 만드는 것을 권고할 방침이다. 현재 행안부 장관실에 파견 온 경무관급(3급 상당) 경찰 등 3명이 경찰 관련 현안과 정책 등을 장관에게 보고하는 업무를 하는데, 규모도 키우고 공식 직제화한다는 것이다.
이 경찰실을 통해서 행안부 장관이 갖고 있는 총경 이상 고위직에 대한 인사 제청권도 강화할 방침이다. 고위직 경찰에 대한 검증이나 평가도 더욱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현재 법무부가 ‘검찰국’을 통해 검찰 인사, 조직 등을 관장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를 만들라는 취지다.
장기적으로는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칭)를 만들어 경찰 통제를 위한 추가 논의를 할 것을 권고할 방침이다. 국가경찰위원회를 개편하고 경찰의 징계·감찰 제도 개선 등을 연구하라고 권고할 예정이다.
행안부가 별도 자문위까지 만들며 이런 권고안을 마련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여파로 지나치게 비대해진 경찰 권력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9월 시행되면 ‘부패’ ‘경제’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 사건을 경찰이 도맡게 된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2024년부터는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도 경찰로 넘어온다. 반면 경찰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은 강화된 것이 없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도 “경찰 통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자문위 관계자는 “물리력, 수사, 정보를 다 갖게 된 경찰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게 당연하다”면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원래부터 정부가 경찰 정책이나 인사에 관여해왔던 것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었을 뿐 경찰 권한이 커진 것에 비해 큰 변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까지 서울 서대문구의 경찰청과 서울 서대문·남대문·광진경찰서 등 일선 경찰서에는 자문위 방침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앞서 광주·전남, 경기남부, 경기북부, 충북, 경북, 충남, 제주에서 경찰 노조 격인 직장협의회도 반대 성명을 냈다. 경찰 일각에서는 수사에 대해 정치적인 개입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경급 경찰은 “장관이 인사를 한 사람이 결국 수사하게 되면서 수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행안부나 자문위는 “장관이 특정 수사를 지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이미 경찰법상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 감독 권한은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있어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인사의 경우 최근까지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서 검증하며 관여했는데, 민정수석실이 없어진 만큼 법적 제청권을 가진 장관이 종전보다 권한을 더 행사하는 건 자연스럽다는 게 자문위 측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