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도경찰청장급인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가 2시간 여만에 이를 번복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경찰을 통제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해 경찰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행안부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전날 오후 7시 15분쯤 치안감 28명에 대한 보직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미국 조지아 출장에서 오후 늦게 귀국하자마자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최근 경찰 인사가 통상적으로 오전 10시쯤 이뤄졌던 것과 달리 오후 늦게 발표돼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경찰은 2시간 여 뒤인 오후 9시 30분 쯤 인사를 번복하고 변경안을 재공지했다. 28명 중 7명의 자리가 바뀌면서 논란이 커졌다. 보직이 번복된 대상자는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정용근 충북경찰청장(중앙경찰학교장→경찰청 교통국장), 최주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학수사관리관(경찰청 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 충남경찰청 자치경찰부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유임→중앙경찰학교장), 김수영 경기남부경찰청 분당경찰서장(경찰청 생활안전국장→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 김학관 경찰청 기획조정관(경찰청 교통국장→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이다. 인사 대상 치안감들은 이날 갑작스럽게 인사 결과를 통보받고 바뀐 보직으로 출근을 준비하고 있다가 다시 짐을 싸야했다.
당초 경찰청은 인사가 바뀐 이유에 대해 “행안부와는 관계 없는 경찰 실무자의 실수”라며 “최종안이 아닌 안을 잘못 공지했다가 뒤늦게 오류를 발견해 정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차 확인하는 과정에서 “애초에 행안부에서 최종본이 아닌 안을 잘못 보낸 것”이라고 해명을 번복했다.
2시간 만에 경찰 보직 인사가 변경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이를 두고 행안부나 대통령실에서 인사를 번복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인사는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경찰 인사를 번복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대통령은 경찰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인사안이 번복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인사 번복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한 언론과 만나 “대통령은 결재를 한 번밖에 하지 않았고, 경찰청이 기안 단계에 있는 것을 공지한 것”이라며 “경찰이 희한하게 결재가 나기도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를 해서 이 사달이 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