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미국 총기박람회 관련 보도. /MBC 캡처

미국의 총기 박람회를 다룬 MBC 뉴스데스크 보도가 5년 전 채널A의 보도를 표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리포트는 왕종명 MBC 워싱턴 특파원이 제작해 지난 4일 방송된 ‘아이 데리고 총기 쇼핑’이다. 6일 MBC 노동조합(제3노조)에 따르면, 박성호 뉴스룸 국장은 해당 리포트에 대해 호평했다고 한다. 박 국장은 이튿날 편집회의에서 “섭외가 굉장히 어렵다. 워싱턴 특파원들 다 해보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국장은 국장 부임 직전까지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해당 리포트를 놓고 5년 전인 2017년 11월 21일 당시 채널A 워싱턴 특파원이 보도한 ‘마트에서 소총도 파는 총기 천국’이라는 리포트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도를 했던 채널A 워싱턴 특파원은 현재 TV조선 보도국 부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MBC 노동조합은 “소재는 물론 행사도 같고 두 리포트를 비교하면 놀랄 정도로 비슷한 대목이 눈에 띈다”고 했다.

지난 2017년 11월 21일 채널A 뉴스에서 방송된 미국 총기박람회 보도. /채널A 캡처

두 리포트 모두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건 쇼(총기박람회)’를 다뤘다. 권총, 소총, 장총과 최신식 자동소총까지 다양한 총기가 판매되고 있다고 전한다. 아이들에게 총에 대해 가르친다는 내용과, 특파원이 직접 소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보여주는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기자가 직접 총기 구매를 시도하는 것도 비슷하다.

MBC 노동조합은 “이만하면 5년 전 총기박람회를 찾아 보도했던 채널A 특파원은 자신의 리포트를 베껴서 제작했다고 여길 만하지 않을까. 5년 전 리포트를 기억하는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왕 특파원이 혹시라도 5년 전 타사의 리포트를 사전에 알고 발제 단계에서부터 참고한 것인지 취재 경위가 궁금해진다”며 “해외취재라는 공간적 제약을 감안하더라도, 5년이라는 시차가 있지만 이렇게 유사한 보도를 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MBC 노동조합은 “MBC 뉴스는 그동안 고위 공직자 등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엄하게 비판해왔다”며 “뉴스룸은 취재·제작 과정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가뜩이나 추락한 MBC 뉴스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트리고 회사의 명예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방송제작 윤리 측면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나서서 살펴야 할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점을 박성호 뉴스룸국장 등 뉴스룸 수뇌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