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 측이 피살 사건 첩보 관련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로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구속하라고 요구했다. 유족 측은 또 이씨 사망 당시 열린 정부 관계장관회의 직후 군사 정보망에 올라온 이씨 관련 군사기밀이 삭제됐다는 의혹과 관련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8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원장에 대한 구속요청서를 제출하고, 서 전 장관과 이 전 본부장에 대해 직권남용과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6일 이씨 사망 사건과 관련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삭제했다며 박 전 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 공용전자기록등 손상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이씨 사망 당시인 2020년 9월 23일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등이 모여 관계장관회의를 가진 이후 군 정보 유통망인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서 이씨 사건과 관련한 감청 정보 등이 삭제된 사실도 드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이씨 피살 당시 월북 판단과 배치되는 정황들을 감추기 위해 기밀들을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날 김 변호사는 “박 전 원장은 국정원장의 지위를 남용했고 정권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을 한 것”이라며 “박 전 원장이 직전 국정원장이고, 국정원에 대한 감사권한이 있는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친밀한 점을 고려할 때, 중요 참고인인 국정원 직원들에게 진술 번복 등을 위한 심리적·신분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MIMS에서 군사 기밀이 삭제된 시점이 서 전 장관 등이 참여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관계장관 회의 직후라는 점에서 서 전 장관이 기밀 삭제에 개입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 전 본부장은 당시 MIMS 관리책임자로, 기밀 삭제의 공동정범인지 파악하기 위해 고발한다”고 했다.
이래진씨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재임 시절 동생이 월북의 정황이 있다고 떠들고 다녔다”며 “자칭 대북 전문가라는 자가 그 권력을 이용해 호의호식했다면 이제는 범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는 “막강한 정보력을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사용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 전 원장은 국정원 고발과 관련해 “현 정부의 정치 공세”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래진씨는 “박 전 원장은 재임 시절 동생이 월북했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그 부분 만으로도 이미 위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