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시원 원장이 20대 여성 입실자가 쓰고 간 방 상태를 공유하며 피해를 호소했다.
자신을 서울에서 고시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지난 9일 고시원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 ‘아이러브고시원’에 “’진상’ 입실자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저희 고시원에서도 나왔다”라며 관련 피해 사실을 공유했다.
A씨는 “항상 입실료 밀리고 닦달하면 그때서야 겨우겨우 내던 입실자였는데 여름 되니 그 방 주변에서 너무 냄새가 심했다”며 “문 열어 방을 확인하고 경악해서 입실료고 뭐고 당장 퇴실 시켰다”고 했다. A씨는 해당 방 근처에서 유독 우유·생선 썩은내가 진동했다고 밝혔다. A씨는 “썩은내가 점점 전층으로 퍼졌다”며 “쓰레기 치우니 냄새가 덜 나긴 하지만 아직 문을 못 열 정도로 이상한 악취가 진동한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입실자는 내창형 미니룸에 거주했다. 내창형 방은 창문이 복도 쪽으로 나 있어 일반적으로 햇빛이 안 들어오고 환기도 잘 되지 않는다. A씨는 “입실자는 1년 동안 시켜 먹은 배달음식 쓰레기를 한 번도 버리지 않고 쌓아두었더라”며 “방에서 대소변을 봤는지 지린내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진동하고 초파리와 구더기가 바글바글했다”고 설명했다.
또 “냄비랑 그릇을 공용 주방에 사다 놓으면 계속 없어졌는데 이 방에 다 있었다”며 “이 방에서 냄비 10개, 밥그릇 20개가 나왔는데 구더기 들끓어서 다 버렸다”고 했다. 끝으로 “놀라운 건 나가기 전까지 이 방에서 먹고 잤다는 것”이라며 “쓰레기는 다 치웠는데 (악취·벌레 등은) 어떻게 손 써야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카페 회원들은 입실자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들은 “정신장애 있으면 저런 경우 많다고 하더라” “정신 아픈 사람 같아서 화나면서도 안쓰럽다” “악취 등은 특수 청소를 의뢰해야 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비슷한 사연을 공유한 회원도 있었다. 자신을 서울 노원구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라고 밝힌 B씨는 “지난 5월 방을 심하게 어질러놓고 간 입실자가 있어 보호자에게 전화해보니 조울증이 약간 있다고 하더라”며 “퇴실 후 방 치우는 데 재활용 봉투 30개, 일반 쓰레기봉투 10개가 나왔다”고 했다. 심지어 “방에서 바퀴벌레도 한 삽 나왔다”고 했다. B씨는 또 “도배 새로 하고 침대 다 버려야 한다. 디퓨저도 3~4개 가져다 놓아라”고 조언했다.
의학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MSD 매뉴얼에 따르면 앞선 사례들은 일종의 저장강박장애에 속한다. 저장강박장애 발병 원인은 현재까지 정확하게 규명되진 않았지만, 보통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게서 많이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장강박증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강박이 일반적으로 평생 계속된다고 한다. MSD 매뉴얼은 저장강박장애 치료를 위해 특정 항우울제나 인지 행동 요법 등의 방법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박종석 구로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11일 조선닷컴에 “해당 사례는 저장강박증과 우울증이 겹친 심각한 사례로 보인다”며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무기력감이 극도로 심해 자신의 개인 위생마저 돌보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원장은 “이런 경우 대인관계 기능에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은 치료 방법으로 ▲약물치료 ▲환자와의 타협 시도 ▲사회적 기능 재활치료 등 세 가지 방법을 들었다. 그는 “우선은 약물치료를 통해 환자의 불안감·우울감을 조절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건에 대한 소유욕과 강박이 매우 심한 상태이므로 교환 수단을 매개로 타협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 점진적으로 대인관계에 도전할 수 있도록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