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2000년대 중반 유명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했던 30대 남배우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며 경찰에 자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그룹으로 지목된 FT아일랜드에서 탈퇴한 한 배우는 “저는 아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13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A(30대)씨는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A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5시쯤 경기도 여주경찰서 민원실에 찾아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금 600만원이 담긴 봉투와 함께였다.

A씨는 인터넷에서 ‘고액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는 글을 보고 일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전화로 지시를 받고 60대 남성에게서 돈 600만원을 건네받았고, 이 돈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러 가는 도중 현금 수거책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바로 경찰을 찾아 자수했다. 당시 A씨가 받았던 돈은 피해자에게 되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고액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고 해 가담하게 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보도 이후 A씨가 FT아일랜드 출신이라고 알려지면서 해당 그룹을 탈퇴한 멤버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렸다. 특히 탈퇴 후 배우 활동을 하는 이들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FT아일랜드 출신 배우 송승현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그러자 송승현은 12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저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밝혔다. 송승현은 2009년 FT아일랜드로 데뷔한 뒤 2019년 전속계약 종료로 탈퇴하고 배우로 전향했다. 최근에는 웹드라마 ‘사랑인가요라 물었고 사랑이라 답하다’에 출연한 바 있다. 송승현은 “저는 현재 작품 촬영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이 뉴스의 주인공이 아님을 강조했다.

A씨는 팀을 탈퇴한 후 배우로 전향해 종편 드라마와 영화 등에 출연했고, 2010년대 중반쯤엔 해외에서 단독 팬 미팅을 열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활동이 뜸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관여한 사건 외에 다른 2건의 범행에 가담한 현금 수거책 등 3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특별 자수·신고 기간에 경찰서를 찾아 참작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사를 마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