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3대 마약왕’이라고 불렸던 한국인 3명 중 우두머리 격인 ‘사라 김’ 김모(47)씨를 베트남에서 붙잡은 경찰이 “이사 간 날 잡았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전재형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 계장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동안 국내 마약 밀반입 정점에 있는 김씨 검거에 주력했다”며 “사실 베트남에 갔을 때 (김씨를) 놓칠 뻔 했다”고 말했다. 확실한 첩보를 갖고 베트남으로 향했으나 이미 이사를 가 빈집이었기 때문이다.
전 계장은 “도피 사범들은 언제 잡힐지 모른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게 습성화된 것 같다”며 “베트남 공안들이 다시 추적해서 있는 곳을 알아냈다”고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베트남 호찌민 중심가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전 계장은 “사라 김은 베트남 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있었다”며 “검거 당시에도 머리를 아주 노란 색으로 물들였고, 피부도 굉장히 타서 검은색이었다. 한국 사람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거주지역에 머물던 김씨가 아파트로 이사간 날 바로 검거했다고 한다.
검거 당시 영상을 보면 그래서인지 방에는 정리되지 않은 짐들이 쌓여 있다. 전 계장이 김씨 침대 옆에서 장검을 찾아내는 모습도 있다. 전 계장은 “도피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불안해서 호신용 겸 위협용으로 갖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씨는 막상 수사관들이 들이닥치자 순순히 잡혔다고 한다. 당시 영상에서도 김씨는 거실 소파에 고개를 푹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다.
현장에서는 김씨 외에도 보이스피싱으로 수배 중이던 범죄자도 잡혔다. 전 계장은 “일타쌍피로 잡았다”고 했다. 경찰은 향후 수사를 통해 두 사람 사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힐 예정이다.
동남아 3대 마약왕은 일명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로 불리던 박모씨와 탈북자 출신 마약 총책 최모씨, 그리고 김씨를 일컬었다. ‘전세계’ 박씨는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검거돼 최근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지에서 복역 중이다. 박씨의 마약 판매는 국내 총책인 닉네임 ‘바티칸 킹덤’을 거쳐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4)씨와 배우 박유천(36)씨에게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출신 최씨는 캄보디아에서 검거돼 올해 4월 강제 송환됐다. 경찰은 김씨가 ‘전세계’ 박씨와 최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조직의 최고 우두머리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