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에 출연해 요리연구가 백종원(56)씨에게 새 레시피를 전수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 출연자가 있다. 강남역 핫도그 푸드트럭 사장님 박광섭(64)씨다. 박씨는 방송 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백씨에게 전수 받은 레시피와 장사 노하우를 그대로 실천했다. 장사는 대박이 났다. 훗날 백종원씨는 한 인터뷰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 출연자라고 콕 찝어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박씨의 핫도그는 맛볼 수 없게 됐다.
박광섭씨는 암 투병 끝에 25일 세상을 떠났다. 박씨의 아들은 27일 조선닷컴에 “이틀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오늘 장례를 다 마쳤다. 아버지가 아프셔서 오랫동안 장사를 못하셨다”고 전했다. 슬픔에 잠긴 아들은 “그동안 아버지를 찾아주신 손님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
박씨의 비보는 26일 온라인상에서 가장 먼저 알려졌다. 한 블로거는 지난 5월26일 박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두 달 뒤 한 네티즌이 여기에 댓글을 하나를 달았다.
“강남역 핫도그 푸드트럭 서초강산 사장님께서 25일 암 투병 중 소천하셨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다. 너무 인자하시고 성실하신 그분을 여러분께서 기억하고 추모해 주시길 바란다”
네티즌이 남긴 댓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 퍼졌고, 많은 네티즌들은 댓글로 박씨를 추모했다. 한 네티즌은 “핫도그 정말 맛있어서 강남역 갈 때마다 간 곳인데, 할아버지 인생의 제2막을 펼치셔야 되는데 이렇게 가셔서 마음이 아프다. 하늘에서는 더 아프지 마시고 푹 쉬셨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박씨는 ‘백종원의 푸드트럭’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출연자 중 한 명이다. 강남역에서 10년 가까이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노점을 운영했던 박씨는 서초구청의 제안으로 2016년부터 핫도그 푸드트럭 창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장사는 쉽지 않았다. 7개월 동안 손님이 없어 재료를 버리거나 일찍 문 닫기 일쑤였다. 그러다 우연히 ‘백종원의 푸드트럭’에 출연하게 됐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박씨는 그 어떤 출연자보다 열심히 배웠다.
박씨의 열정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백종원씨가 제안한 새 레시피로 만든 핫도그를 맛본 박씨는 “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난다”며 팔목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 장면은 분당 최고 시청률 10.8%를 기록하며 최고의 1분을 장식했다. 백씨의 솔루션을 받고 첫 장사에 나선 박씨는 장사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매진’을 경험하고 펑펑 울었다. 박씨는 “절대 손님들 실망시키지 않고,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친절하게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박씨는 그 약속을 지켰다. 초심을 잃지 않고, 백종원씨가 가르쳐 준 장사 노하우를 그대로 실천했다. 덕분에 재료는 매번 소진되고 매출은 10배나 늘었다. SNS, 블로그에도 호평만 쏟아졌다.
백종원씨도 알고 있었다. 그는 방송 1년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씨가 가장 보람을 느끼게 한 출연자라고 했다. 백씨는 “강남역 핫도그 푸드트럭 사장님처럼 내가 드린 팁을 제대로 흡수하고, 방송 후에도 초심 잃지 않고 장사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끼죠. 사실 보람을 느낄 때보단 실망할 때가 더 많아요. 하지만 핫도그 사장님 같은 분들 보면서 하는 거예요. 지금 모르고 계신 분들도 방송을 계속 보다 보면 결국 깨닫게 되시겠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