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좋은 사람이 많네요.” 서울 강동구에서 홀로 김밥집을 운영하는 사장 A씨가 28일 조선닷컴에 한 말이다.
A씨는 지난 22일 김밥 40줄 ‘노쇼(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행위)’를 당했다. 당시 김밥집을 찾은 남성은 김밥 40줄을 주문한 뒤 “음식값을 나중에 주겠다”며 전화번호를 남기고 갔다. A씨는 다른 손님은 받지도 않고 열심히 김밥을 만들었지만 남성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A씨는 남성이 남긴 연락처로 전화했지만 거짓 번호였다. 결국 A씨는 음식값은 받지 못하고 준비한 김밥은 모두 폐기하는 피해를 입었다.
A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코로나가 터지고 혼자 근근이 버티고 있는 와중에 40인분 주문이 들어와서 반갑고 신났다”며 “(속았다는 걸 안 뒤) 다리에 힘이 쭉 빠져 그냥 한참을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많은 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A씨는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고, 현재 서울 강동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A씨는 “전날 직원들 간식을 준다며 김밥 200줄을 주문하는 손님이 있었다”며 “혼자 운영하는 집이라 그건 다 못해서 100줄만 예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그 손님이 강동서 경찰분과 얘기하다가 제 사연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며 “우리가 주문해줘야겠다고 일부러 오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 영세한 김밥집을 상대로 한 범행 사실을 알게 된 강동서 관계자가 조금이나마 도울 방안을 고민하던 중 관내 패션의류 회사를 운영하는 지인과 의논하면서 주문이 성사됐다고 한다.
A씨는 “대량 주문이 아니더라도 기사보고 왔다면서 일부러 우리 집에 김밥을 사러 오는 분들도 늘었다”며 “나쁜 사람도 있지만, 아직은 좋은 사람이 많으니까 이제는 다 털었다”고 했다.
A씨의 김밥집 외에도 인근 카페와 중국집 등도 같은 남성이 음식을 대량 주문한 뒤 나타나지 않아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김밥집 외에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된 추가 피해는 없다”며 “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해 구체적인 범행 내용을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