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가즈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5일 오전 8시 9분쯤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인 ‘다누리’가 발사되자 유튜브에서 생중계를 보던 시민들은 이같은 댓글을 달며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생중계에는 시민 7600여명이 함께 했다.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박수 이모티콘과 태극기 이모티콘이 연이어 등장했고, “대한민국 만세”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직장인 공모(30)씨는 “어릴 적부터 달을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우리 기술로 만든 달 탐사선으로 달을 본다니 설레고 자긍심이 생겼다”고 했다. 대학생 김세현(27)씨도 “가장 가까운 천체이면서도 수수께끼에 싸여있던 달인데, 이번 기회로 우리나라가 그 수수께끼들을 한꺼풀씩 벗겨낼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다누리는 이날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다누리는 태양쪽의 먼 우주로 가서 나비 모양의 궤적을 그리며 지구 쪽으로 돌아왔다가 달 궤도로 진입하는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Ballistic Lunar Transfer)’ 궤적을 따르는데, 이 궤도에 제대로 진입했는지는 오후 2시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다누리는 오는 12월 달 궤도에 진입한 후, 달을 직접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번 발사를 두고, 특히 천문이나 우주 등을 전공하거나 관심이 큰 이들로부터 호응이 컸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진선호(27)씨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번 발사를 준비해온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성공적으로 다누리를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먼저 축하를 전하고 싶다”며 “이제 우리 기술로 달을 지켜볼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는 누리호로 달 궤도선과 탐사선 등도 발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경북대 로켓 동아리 ‘천상연’을 이끄는 김성민(24) 회장은 “올해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로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다누리의 성공으로 항공우주산업이 더 발전한다면 기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가 우주에서 ‘지구 밖’을 직접 본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고 말한다. 김종암 서울대 우주항공공학과 교수는 “이제 우리도 ‘창 밖’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우주 개발 분야에서 선진국들의 정보를 제공받는 차원을 넘어서, 미비하지만 하나의 플레이어로 기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고, ITAR 규제 등 그동안 항공우주 개발이 막혀 있던 부분을 해소하는 계기로까지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효충 카이스트 항공우주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에서 유인 우주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에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어로서 직접 나서는 것”이라며 “앞으로 화성도, 소행성도 직접 관측하고 탐사하는 과정의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했다.
다누리는 이날 발사 후 1시간 30분쯤 뒤인 9시 40분쯤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했다. 발사 이후 4개월 반의 비행을 거쳐 12월 중순 달 궤도에 진입한 뒤, 달 궤도를 돌며 태양빛이 닿지 않는 영구음영(永久陰影) 지역 탐사와 2030년 달 착륙선 후보지 탐색, 우주 인터넷 실험 등의 임무를 1년간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