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로 침수된 경기도 의정부의 도로에 한 남성과 여성이 나타나 배수로를 뚫어 고인 빗물을 금세 해결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네 배수로 뚫어주신 아저씨’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이날 “한 시간 정도 운동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밖을 보니 갑자기 물바다가 됐다”며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 물에 잠겨서 근처 상가까지 물이 넘치고 난리가 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의정부 용현동의 침수된 도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도로에는 흙탕물이 차올라 자동차 바퀴는 물에 잠기고 시민들은 바지를 걷고서 위태롭게 걷고 있다. 그는 “물에 잠긴 도로가 500m는 넘는데, 배수로가 막히니 30분 정도 만에 사람들 무릎까지 (물이) 찼다”고 했다.
A씨는 이때 어디선가 한 남성이 나타나 배수로의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 어디선가 아저씨가 나오셔서 쭈그리고 앉아 배수로에서 쓰레기를 마구마구 뽑았다”며 “그랬더니 어느 아주머니가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종량제 봉투를 가져오셔서 옆에서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저씨는 끝까지 남아서 물이 다 빠질 때까지 있었다”며 “물이 막히면 다시 뚫는 걸 반복하다가 떠났다”고 했다.
A씨는 “아저씨가 배수로를 뚫으니까 10분도 안돼서 그 많던 물이 다 빠졌다”며 “배수로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꽁초와 관련한 말이 많던데 막혔던 배수로를 보니 주로 낙엽과 비닐 종류의 쓰레기가 많았다”며 “하마터면 물이 계속 고여 더 깊게 잠겨서 많은 피해를 볼 수 있었는데 아저씨 덕분에 주변 상인들과 주택의 차량 주인들이 안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최근 강남 영웅 아저씨를 보고 감동했는데, 우리 동네에도 멋진 아저씨가 있다”며 “참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묵묵히 사회에 기여하는 분들이 많아 마음이 따듯하다” “두 분 모두에게 감사하다” “영웅들은 왜 하나같이 모두 문제해결하고 쿨하게 사라지나. 멋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일부는 “너무 멋있는데 위험해보인다” “혹시나 물 빼다 사고라도 날까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8일 침수된 강남역에서 각종 쓰레기로 막힌 빗물받이를 청소해 물이 빠져나가도록 한 남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당시 남성은 빗물받이 덮개를 열고 안에 있는 낙엽과 음료수 캔, 페트병 등 쓰레기를 맨손으로 건져냈다.
쓰레기로 막힌 도로변 빗물받이는 침수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꼽힌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험에 따르면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 상황에서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차 있으면 침수가 3배 가까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나뭇가지나 흙이 차 있는 경우에는 우수관이 별로 막히지 않았지만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함께 유입될 경우 빗물 역류(침수)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또 빗물받이가 3분의 2 정도 덮여 있으면 침수 면적은 최대 3배 넓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