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 뜻을 오해한 트위터 이용자들./트위터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단어는 ‘심심한 사과’다. 웹툰 작가 사인회가 예정됐던 서울의 한 카페가 트위터에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고 쓴 것이 발단이었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甚深)한’을 놓고 ‘지루하다’는 뜻으로 오해하며 논란이 일었다. 충격적인 소식에 윤석열 대통령도 나섰다. 윤 대통령은 “전 세대에 걸쳐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도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실제로 다른 세대보다 못한 걸까. 작년초 시행된 정부 조사 결과는 반대였다. 20·30대의 문해력이 전체 국민 연령대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100점 만점으로 측정했을 때 20대와 30대 국민 95%가 최상위권의 문해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일각에서는 한자 교육 부재와 독서 부족 등으로 인해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가제(假題)를 수생 갑각류(랍스터 등)로, 사흘을 4일로,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유선상(有線上)을 사람 이름으로 오인한 사례들이 도마에 올랐다. 코로나에 확진된 대학생들이 공결 신청 사유란에 ‘병역’으로 올린 경우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병역(兵役)을 입대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병결(病缺·병으로 인한 결석)로 오해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 조사 결과는 반대였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작년 9월 발간한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문해력은 다른 어떤 연령층보다 뛰어났다. 교육부는 국민 문해력을 수준1~4로 나누고, 국민 1만여명을 상대로 문해력을 테스트했는데, 20대와 30대는 똑같이 95.3%가 최고 등급인 ‘수준4′ 그룹에 들었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

연령별 문해능력 수준 분포도. /2020 성인문해능력조사 보고서

18~29세의 경우 수준3이 4.0%, 수준2가 0.5%, 수준1이 0.2%였다. 30대는 수준3이 4.3%, 수준2가 0.3%, 수준1이 0.1%였다. 40대는 수준4 이상이 91.5%였고 수준3은 6.9%, 수준2는 0.8%, 수준1은 0.8%였다. 50대는 수준4 이상이 82.4%, 수준3이 13.0%, 수준2가 2.3%, 수준1이 1.9%였다.

이에 비해, 60대 이상부터는 수준4 이상의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60대의 경우 수준4 이상이 64.4%에 불과했다. 수준3은 22.4%였고 수준2는 7.9%, 수준1은 5.3%였다. 70대는 수준4 이상이 절반에 못 미치는 41.1%였다. 수준3은 25.7%, 수준2는 19.4%, 수준1은 13.7%였다. 80대의 경우 수준1이 절반에 육박하는 49.3%였다. 수준4 이상은 22.9%에 불과했다. 수준3은 13.6%, 수준2는 14.2%였다.

해당 조사는 2020년 10월 12일부터 2021년 1월 29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1만429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이다.

문해능력은 수준1, 수준2, 수준3, 수준4 이상으로 정의된다. ‘수준1′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수준2′는 기본적인 읽고, 쓰고, 셈하기가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 활용은 미흡한 수준이다. ‘수준3′은 가정생활과 여가생활 등 단순한 일상생활에 활용은 가능하지만, 공공 및 경제생활 등 복잡한 일상생활에 활용은 미흡한 수준이다. ‘수준4 이상’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수준이다. 이를 학력에 대입하면 수준1은 초등 1~2학년 학습 필요 수준, 수준2는 초등 3~6학년 학습 필요 수준, 수준 3은 중학 1~3학년 학습 필요 수준, 수준4 이상은 중학 학력 이상 수준으로 나눠진다.

김용대 가재울청소년메타센터 관장은 “젊은 세대는 디지털 문법에 익숙하고 한자를 잘 모르는 것일 뿐, 문해력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문해력이 떨어지는데, 이는 나이가 들 수록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성향이 문해력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