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6조원대 소송에서 약 2800억원만 배상하면 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소송 제기 금액의 5%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10년간 끌어왔던 소송에서 선방한 데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부가 우리 정부에 론스타 측 청구금액 약 46억8000만달러 중 약 4.6%인 2억1650만달러(약 2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승인 지연과 국세청의 잘못된 과세로 손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 ICSID에 중재신청서를 제출한 지 10년 만이다.
이번 판정에 대해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세금이 나간다는 점에선 전부 승소가 최상이지만 중재법원 성격상 어려울 수 있다”며 “론스타 청구 금액 대비 4.6% 인용은 법무부가 국제 중재 소송을 탄탄하게 진행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승 박사는 이번 판정에서 2011년 유죄가 확정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과실상계에 결정적 기여를 했을 것으로 봤다.
승 박사는 “론스타의 주요 청구 이유 중 하나가 우리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승인 지연이었다”며 “한 장관이 검사 시절 법원에서 영장이 4번이나 기각된 론스타 관련 사건을 수사해 2011년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가 징역 3년, 론스타 벌금 250억원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검 중수부는 2007년 유 전 대표와 론스타 법인을 상대로 외환은행 헐값 매각 및 비자금 조성, 론스타 탈세,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등 네 갈래의 수사를 진행했다. 이중에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났는데, 이 수사를 담당한 인물이 한 장관이었다. 당시 유 전 대표의 경우 4번 연속으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었다. 한 장관은 법원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자 네 차례나 영장을 청구하며 수사를 벌였다.
이번 판정을 두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승 박사는 “이의신청 형태의 항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의 세금이 나가는 걸 최소화하는 것 또한 법무부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의 제기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피 같은 세금을 한 푼도 유출해선 안된다”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선고 직후 출근길에서도 “액수라든지 잘보고 이의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준비할 것”이라며 “10여년 진행된 1차적 결과물이 나온 것이고, 오직 국익에 맞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 당사자는 판정부의 권한 유월, 이유 불기재, 절차규칙 위반을 이유로 판정 후 120일 이내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