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으로 격상된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하든 상륙하지 않든 우리나라에 많은 비를 뿌리며 영향을 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태풍의 예상 진로를 주시하고 있다. 2022.9.1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역대급 ‘슈퍼 태풍’으로 몸집을 키워 이동하고 있다. 북진 경로가 조정되면서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다소 특이한 진로를 보이며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약 49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8㎞로 남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20hPa(헥토파스칼), 강풍반경은 300㎞에 달한다. 최대풍속은 초속 54m(시속 198㎞)로, 초강력(super strong) 태풍이다. 통상 태풍의 최대풍속이 초속 54m(시속 198㎞)일 때 초강력 태풍으로 분류된다. 기상청 분류에 따르면 초강력 태풍은 태풍 강도(强度)의 최고 단계로, ‘건물을 붕괴시킬 수 있음’ 수준이다.

힌남노의 이동 방향을 보면 그동안 봐왔던 태풍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태풍들은 북진을 하며 올라오지만 힌남노는 대만 방향으로 남진, 즉 역주행을 하고 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자주 나온 태풍 경로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경로를 보이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관측되는 태풍들은 우리나라 부근에 오면 북동진을 하는데, 힌남노는 서쪽으로 오다가 다시 대만 쪽으로 내려간 뒤 북서진을 한다”고 했다.

이동 방향이 특이한 이유에 대해 우 분석관은 “주변 기압계로 인해 태풍 진로가 이렇게 잡혔다”고 설명했다. 태풍은 주변 저기압과 고기압 분포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데, 현재 기압 상황이 일반적인 태풍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힌남노는 태풍이 발생한 위도 역시 지금까지의 슈퍼태풍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심기압 920hPa 이하의 슈퍼태풍들 중 북위25도 이북에서 발생한 태풍은 없었다. 힌남노는 북위25도 이북에서 발생한 첫 태풍으로, 기상관측 이후 뜨거운 아열대 바다가 아닌 곳에서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한 건 처음이다.

이뿐 아니라 대다수의 태풍이 북상하면서 세력이 약해지는 것과 달리 힌남노는 오히려 더 세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수온이 가장 높은 해역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우 예보분석관은 “2~3일 뒤엔 힌남노의 중심기압이 910hPa까지 떨어지면서 세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태풍이 수온 30도를 웃도는 해수면을 지나오면서 뜨거운 수증기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풍의 내륙 상륙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지만 우리나라는 오는 3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태풍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4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주변 기압계 등에 의한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한반도 상륙은 불확실한 상태”라며 “3~6일까지는 태풍의 영향으로 남부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