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의 북상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태풍의 예상경로를 보며 대비책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의 이동경로가 일반적인 태풍과는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태풍들의 특이한 이동경로가 화제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전날(1일)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약 490㎞ 부근 해상에서 남진하다가 이날 오전 3시 같은 지역 480㎞ 부근 해상에서 북진하고 있다.

북진을 하며 이동하는 일반적인 태풍과는 달리 힌남노는 남쪽 방향에 있는 대만 쪽으로 역주행을 하다가 다시 한반도가 있는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일반적으로 관측되는 태풍들은 서진을 하다가 우리나라 부근에 오면 북동진을 하는데, 힌남노는 서쪽으로 오다가 다시 대만 쪽으로 내려간 뒤 북서진을 한다”며 “주변 기압계로 인해 태풍 진로가 이렇게 잡혔다”고 했다. 태풍은 주변 저기압과 고기압 분포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데, 현재 기압 상황이 일반적인 태풍 때와는 다르다는 게 우 분석관의 설명이다.

1998년 태풍 '예니'(왼쪽)와 1966년 태풍 '페이스 이동 경로./온라인커뮤니티

힌남노 이전에도 일반적인 태풍 이동경로를 벗어난 특이한 사례들이 다수 있었다.

1998년 발생한 태풍 ‘예니’가 대표적이다. 예니는 남해안에 상륙했다가 다시 남진하는 특이한 진로를 보였다. 경로가 마치 한반도를 찍고 돌아나가는 모습처럼 보여 온라인상에선 “벨 누르고 튀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내륙을 관통하진 않았지만 포항에 약 500㎜의 비를 뿌리며 큰 피해를 입혔다.

북극 근처까지 간 태풍도 있다. 1966년 발생한 태풍 ‘페이스’다. 이 태풍은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발생해 카리브해를 향해 서진하는 전형적인 경로를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중미 바하마 근처에서 갑자기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그대로 북상했고, 열대성 저기압을 유지한 채 아이슬란드 인근 페로제도까지 올라갔다. 이후 열대폭풍 세기로 약화됐지만 그대로 북동진하여 노르웨이 서해안에 상륙해 피해를 입히고 북위 83도에서 완전 소멸했다. 페이스는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1986년 태풍 '웨인'(왼쪽)과 2016년 태풍 '라이언록' 이동 경로./온라인커뮤니티

이외에도 1986년 태풍 ‘웨인’은 대만과 필리핀 해역을 빙빙 도는 경로를 보였다. 같은 자리를 돌면서 세력 발달과 약화를 4번 반복한 이 태풍은 약 20일간 활동한 가장 수명이 긴 태풍으로 꼽히고 있다. 또 2016년 발생한 태풍 ‘라이언록’은 남서쪽으로 역주행을 하더니 일본 오키나와 주변에서 한바퀴를 돌아 일본 열도를 관통한 뒤 중국 내륙 방향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라이언록은 이 과정에서 세력이 약해졌으나 북한의 함경도 전역에 기록적인 폭우를 퍼부었다. 이로 인해 북한에선 최소 500명 이상이 숨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우 분석관은 “힌남노도 과거 발생했던 태풍들 처럼 비정상적인 진로를 가진 태풍 중 하나”라며 “태풍이 이동하다가 강한 바람을 만나면 바람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