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 간접영향으로 비바람이 부는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인근 해상에 큰 파도가 치고 있다. /뉴시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주변 비구름을 흡수하며 역대급 슈퍼 태풍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오는 6일 한반도 상륙이 예상되는 가운데, 거대한 수증기를 밀어 올려 벌써부터 많은 양의 비를 뿌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2일 오후 3시 기준 중심기압 935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49m의 ‘매우 강’ 상태로 북상 중이다.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510㎞ 해상을 지나고 있는 태풍은 현재 몸집을 잔뜩 키운 상태다. 전날 경쟁자인 제23호 열대저압부를 잡아먹고 자원을 독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강풍 반경은 300㎞ 이상이 됐고, 우리나라에 도착할 시점 430㎞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같은 움직임 탓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만큼의 비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소장은 YTN에 “힌남노가 서남쪽에 위치한 자기 몸집보다도 더 큰 거대한 열대저압부를 집어삼켜 먹고 있다”며 “그럼 비를 뿌릴 수 있는 수증기 양도 크게 증가한다. 거의 핵탄두급 수증기를 탑재한 엄청난 태풍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힌남노'가 북상 중인 가운데 2일 제주 서귀포시 하효항 주변 해안가에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힌남노의 특징 중 하나는 전면부에 위치한 정체전선에 많은 수증기를 공급해서 태풍이 도달하기도 전 우리나라에 많은 비를 뿌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전면부 나선형 강우대가 위치할 가능성이 높은 서울 경기 및 중부지방에서는 얼마 전 큰 피해를 입힌 폭우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초속 54m 정도의 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시속 200㎞에 가까운 수준으로, 달리던 열차를 탈선시키거나 철탑을 넘어뜨릴 수 있는 바람이다. 문 소장은 “태풍 ‘매미’ ‘사라’를 뛰어넘는 위력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태풍은 물 피해와 바람 피해를 모두 유발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태풍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기상청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힌남노가 6일 새벽이나 아침 경남 남해안으로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한해협을 지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조정한 것이다. 상륙 시점 강도는 ‘강’ 수준으로 예상된다. 태풍은 같은 날 밤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나, 내륙에 도착한 태풍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아 국내에 얼마나 머물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