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인덕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7명이 숨지고 2명이 생존 상태로 구출됐다. 희생자 중 가장 어린 중학교 1학년 김모(14)군은 6일 새벽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가는 어머니 김모(52)씨가 걱정돼 따라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7일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군의 유가족은 지하주차장에 고립된 어머니 김씨가 아들에게 “너라도 살라”며 먼저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주차장 입구까지 헤엄쳐서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팔이 불편했던 김씨가 아들이라도 살리기 위해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하던 김군은 어머니에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입구 쪽으로 헤엄쳐 갔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7일 밤 12시 35분 숨진 채로 구조대원에게 발견됐다. 김군의 어머니는 전날인 6일 오후 9시 41분쯤 극적으로 구조됐다.
김군의 유가족 설명은 소방당국이 밝힌 구조 상황으로도 뒷받침된다. 당시 지하 주차장 1층에는 차량 72대와 오토바이 20여대가 있었다. 김군이 발견된 장소는 보행자용 계단 출입로 앞이었다.
당시 주차장 차량용 출입로 등을 통해 내부로 물이 세차게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와 헤어진 뒤 김군은 반대쪽 계단 출입로로 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거기에 닿지 못한 채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 계단 출입로 바로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반면 김군 어머니는 흙탕물로 가득 찬 주차장 천장 30㎝ 아래 설치된 배관 위에서 14시간 버티다 차량용 출입로 바로 앞에서 구조됐다.
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 김씨는 자식을 잃고 혼자 살았다는 자책감에 공황장애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 가족의 말에 따르면 그는 다행히 7일 오후에는 병세가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