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 사건 피해자 유가족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인 대응을 한 것 같다”고 발언한 이상훈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큰아버지 A씨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느냐,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보는가”란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 변호사를 통해 그 부분(법적 대응)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시정질문에서 신당역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여러가지 폭력적인 대응을 남자 직원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든 피해자든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요”라며 “저희 아들도 다음 주 월요일 군에 입대를 하는데 아버지의 마음으로 미뤄봤을 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A씨는 “마주치면 어떻게 정말 드잡이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일반 시민이 해도 말이 안 되는 얘기인데 정책을 다루는 시의원 입장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게 한편으로는 측은한 생각이 든다”며 “어떻게 저런 인간이 저런 자리에 앉아서…정말 한심할 뿐”이라고 했다.
유가족들은 이 의원 발언 뿐 아니라 피해자를 향한 일부 악성댓글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A씨는 “혹시 별다른 기사가 있나 싶어 검색을 하다 보면 한번씩 악성댓글이 나온다. (악성댓글은) 한녀, 한녀 하면서 한녀가 죽는데 무슨 이유가 있느냐 이런 식”이라며 “같이 숨 쉬고 있는 시민들이 맞나,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공간을 살고 있는 시민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가슴 아픈 악성 댓글들이 한두 개씩 보이더라”고 했다.
특히 A씨는 초기 일부 언론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와 사귀는 사이였고, 은밀한 영상을 확보해 협박을 했다’는 식의 잘못된 보도가 전해져 이 같은 악성 댓글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금 확인된 바로는 역 구내에서 일어난 불법 촬영물로 협박을 한 것으로 나온다. 같은 역에서 근무할 때 이 친구(가해자)가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했는데 그걸 조카(피해자)가 최초 발견해서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라며 “최초 한 일간지 보도에서는 둘이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진 촬영물을 가지고 협박을 했다는 식이었다. 그런 보도를 하면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런 선정적인 상상 내지는 인식을 해서 그런 망언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A씨는 “회사에서 (가해자에 대한) 문제 인식을 하고 그 상황에 대한 관리 대책이 있었어야 되지 않나 싶다”며 서울교통공사 측의 대응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한달 전 검찰에서 징역 9년을 구형했다”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중범죄인의 형량인데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사원 신분 변동 없이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랑 패스워드를 박탈하지 않고 이 사람이 아무 제재 없이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서 피해자 정보나 동선을 파악해서 범죄에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는 게 정말 뼈아픈 대목”이라고 했다.
끝으로 “당사자의 부모가 아닌 큰아빠로서 아마 부모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도 대신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사회 또 우리 여론을 이끌어주는 언론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해결책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전날(19일) 가해자의 신상과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가해자는 1991년생 남성 전주환(31)으로, 서울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2016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1년간 진행되는 실무 수습을 마치지 못해 자격증을 따지 못했다. 이후 2018년 피해자와 같은 기수로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으나 지난해 10월 교제 강요와 불법 촬영 및 협박 혐의로 체포가 돼 직장에서 직위 해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