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탄원서를 받아봤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탄원서였다”
얼마 전 춘천지법 원주지원 법정에서 판사가 며느리를 보호하기 위해 중년의 아들을 경찰에 신고했던 어머니의 탄원서를 읽으며 한 말이다. 어머니의 진심 어린 탄원서에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고 재판부는 선처를 내렸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3단독(부장판사 신교식)은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 아내가 거주하는 집 창문을 깨뜨린(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 5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3월7일 오전 0시20분쯤 아내가 거주하는 원주시 집의 베란다 유리창 2장을 깨 재물을 손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초인종을 눌렀는데도 아내가 문을 열어 주지 않자 바닥에 있던 20여㎝ 크기의 돌덩이를 연이어 집어 들어 베란다 유리창에 던졌다.
당시 A씨는 2020년 9월 법원으로부터 다른 범죄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신 부장판사는 “비록 다른 전과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 자숙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깊이 뉘우치고 있는 만큼 우울증과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잘 받아 제2의 삶을 사시라”고 했다.
이어 A씨 모친의 탄원서를 읽어내려갔다.
A씨 모친은 탄원서에서 “피고인의 엄마입니다. 10대 때 낳은 제 아들은 어렸을 때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습니다.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발버둥 쳤는데… 아들이 이렇게 사는 게 다 제 탓만 같아 평생의 한입니다”라고 읍소했다.
A씨가 아내 집에서 범행을 저지른 날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A씨 모친은 “그날 저는 며느리와 같이 그 집에 있었습니다. 알코올 치료 후 퇴원한 아들이 찾아와 자신의 집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홧김에 창문을 부순 것인데, 며느리를 보호하고자 제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끝으로 “(아들이) 병을 고치겠다고 노력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최근에는 이혼까지 해 너무 외롭고 불쌍한 인간입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신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재판하면서 수많은 탄원서를 받아봤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탄원서”라고 말했다.
A씨는 판결 직후 형의 집행을 유예 받아 모친과 법정을 함께 나섰다.
검찰도 선고 이후 일주일 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A씨의 1심 형량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