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국민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들이 수시간 넘게 먹통이 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번 서비스 오류는 이날 오후 3시33분쯤 카카오의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인원 60여명과 펌프차 등 장비 20여대를 투입, 약 2시간 만인 이날 오후 5시46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오후 9시31분 카카오는 “화재 진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진압됐으나 수시간 넘게 카카오톡, 카카오 택시,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 일부 서비스, SK그룹 관계사 서비스 등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 불 하나로 ‘일상’이 멈췄다
전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서 이용자들이 다른 채팅앱과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불편을 겪었다. 경기도 의정부에 거주 중인 이현주(31)씨는 조선닷컴에 “엄마와 매일 카카오톡으로 영상통화를 하는데, 오늘 카톡이 갑자기 안 돼 당황했다. 다른 앱을 받아서 하면 되는데 또 스마트폰이 서툰 엄마에게 다른 앱을 또 깔아서 등록하라고 할 수 없었다. 전화로 대신하긴 했지만 불편했다. 친구들, 직장동료들과도 카톡으로 소통하는데 오늘 모든 게 단절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이용하는 고객, 업체들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기프티콘을 쓰기 위해 식당을 방문한 고객들은 카카오톡 오류로 발길을 돌리거나,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해야 했다.
또한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카카오톡 쇼핑하기를 이용하는 사업자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A업체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카카오톡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돈을 주고 광고 배너를 쓰는데, 오늘 먹통이 되면서 하루 매출과 광고비를 날렸다. 아마 카카오톡으로만 하루 매출이 몇억씩 되는 업체들은 피해가 클 거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 쇼핑하기를 보면 ‘톡딜’이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이는 업체들이 최대 매출을 기대하고 카카오 측과 가격을 협의해 상품을 올려놓는 거다. 만약 ‘톡딜’ 진행이 오늘인 업체는 기대 매출을 얻지 못해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을 수 있다. 톡딜을 하려고 물품을 대량 매입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카카오T 앱 먹통으로 택시를 이용하려던 고객들과 기사들도 불편을 겪었다. 현재 제주에 머물고 있다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카카오T 먹통. X됐다. 지금 제주도”라고 했다. 콜택시를 부르라는 네티즌 댓글에 “콜택시라고 온전할까. 다들 콜 택시 불러대니 통화 자체가 안 됨”이라고 했다. 카카오 콜만 받을 수 있는 카카오블루, 카카오벤티 기사들은 이날 ‘콜’을 받지 못해 매출을 큰 피해를 입었다.
카카오 서비스와 연동해 서비스를 운영 중인 행정안전부의 안전신문고 앱과 포털 신고 기능도 장애가 발생했다. 행안부는 공식 입장을 통해 “카카오 서비스의 장애 조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서비스가 정상화되면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먹통으로 스타벅스, 마켓컬리도 긴급 공지문을 내고 일부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공지를 통해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해 일부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용 불가 서비스는 ▲카카오 선물하기 모바일 상품권 사용 ▲딜리버리 주문 ▲eGift 선물하기 ▲매장 위치 정보 안내 등이었다. 마켓컬리도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페이 결제, 신규 배송지 등록, 카카오 인증, 회원 가입, 카카오톡상담, 선물하기 등의 서비스 사용이 어렵다”고 안내했다.
◇ 카카오 “화재는 진압했으나...즉시 전원공급은 어려워”
카카오는 이날 오후 9시31분 공지를 내고 “현재 소방 당국의 신속한 조치로 화재 진압은 완료되었으나, 안전상의 우려가 있어 데이터센터에 즉시 전원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태다”라고 밝혔다.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도 서비스 장애 6시간 만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카카오톡, 다음, 카카오T,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고 계신 모든 이용자들에게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서비스 재개 시점은 밝히진 못했다. 이들은 “카카오는 현재 최대한 빠르게 서비스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했다.
서비스 장애 이유에 대해선 “화재로 인해 카카오의 장비가 있는 구역에 전원 공급이 차단되었고, 그로 인한 서비스 장애가 일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방 당국의 신속한 조치로 현재 화재 진압은 완료되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데이터센터에 즉시 전원을 공급하기 어려워 장애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