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가운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이 대표와 측근들에 대한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24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1일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라며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대표를 비롯해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정무조정실장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유 전 본부장은 “내가 그들하고 10년을 같이 해 너무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내가 입 다물고 있기를 (그들은) 바랐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 “불법 자금은 1원 한 장 받은 일 없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선 “10원 하나 받은 게 없다? 초밥이 10원은 넘을 것”이라며 “내가 검찰에서 다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오른쪽)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인 2015년 뉴질랜드 출장지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동규(가운데) 전 기획본부장, 고(故) 김문기(뒷줄 맨 왼쪽) 개발사업 1처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 /국민의힘 이기인 성남시의원 제공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도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와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윗선’ 개입 여부에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김문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1처장을 알지 못한다는 이 대표 주장 이후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처장은 검찰 수사를 받던 지난해 말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관련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대표가) 김문기를 몰라? (나랑) 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라고 했다. 2015년 1월에 9박 11일 일정으로 호주·뉴질랜드 해외 출장을 함께 다녀온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요트값은 누가 냈는데?”라며 “난 (요트 타러) 가지도 않았지만 그거 내가 대줬다. 자기(이 대표)는 (요트 타러) 가놓고는. 그럼 자기가 받은 게 아닌가”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의 입장 변화에 민주당에선 검찰 측 회유가 있었단 주장이 나왔지만 유 전 본부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며 “지금 대기업 회장이 거지하고 웃통 벗고 싸우자는 격인데 오히려 반갑다”고 말했다.

또 검찰에 원하는 진술을 해주고 감경받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 의혹에 대해서도 “형량 깎아주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내가 지은 죄만큼 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을 받고, 내가 안 한 거는 덮어쓰면 안 되고. 이재명(대표)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써야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4~8월 불법 정치자금 8억4700만원을 유 전 본부장 등으로부터 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22일 새벽 구속됐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대상으로 자금의 용처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