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빨간 원)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부스 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 /경기남부경찰 유튜브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사용하던 한 시민의 세심한 눈썰미 덕분에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현장에서 검거됐다. ‘오래 걸리니 먼저 사용하시라’며 양보하던 수거책의 행동과 수북이 쌓인 영수증의 수상함을 감지한 덕분이었다.

25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은 지난 7월 29일 오후 12시45분쯤 일어났다. 화물기사로 일하는 70대 남성 A씨는 현금을 찾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 ATM 부스를 찾았다. 한 명씩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 당시 안에서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먼저 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A씨는 “그 청년이 부스 안에서 입금을 하더라.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지체가 되니까 기다리다 그 안을 한번 쳐다봤다. 검은색 계열 가방이 바닥에 놓여있고 (청년이) 5만원권을 계속 입금하더라”고 기억했다.

어딘가 이상함을 직감한 순간, 부스 안에 있던 남성이 밖으로 나와 “오래 걸리니 먼저 (볼 일) 보시라”며 양보했다고 한다. A씨는 “한참 입금을 하다가 나와서 예의 바르게 양보를 하더라”며 “이후 부스에 들어가서 할 일을 하면서 기기 아래쪽을 봤는데 수상한 영수증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A씨가 ATM 부스 안에서 발견한 영수증. /경기남부경찰 유튜브

이어 “같은 이름으로 계속 100만원씩 들어갔더라. 5만원권 20매씩. 수령인 이름도 우리나라 사람 같지 않고 중국인 같았다”며 “이건 문제가 있다 싶어 영수증을 몇 장 챙겨 나왔고 혹시나 해서 파출소에 연락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고 검문 결과 남성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저금리 대출을 해줄 테니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상환하라’는 말에 속은 피해자의 3000만원을 조직의 계좌로 송금 중이었다. 해당 장소의 ATM을 쓴 것 역시 조직의 지령에 따른 행동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성을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하고 현장에서 압수한 2100만원을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이미 송금된 900만원에 대해서는 계좌 추적 등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검거에 큰 도움을 준 A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과 신고 보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A씨는 “피해자들은 몰라서 당하는 게 아니고 사리 판단 능력이 그 순간 없어지는 거다. (주변에) 꼭 확인해야 한다”며 “당장 나한테 피해 안 주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조건 잘못된 것은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