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간 사람 있어?” “다들 괜찮지?”

30일 오전 평소처럼 잠에서 깬 직장인 이모(31)씨는 쌓여 있는 부재중 전화와 카톡 메시지를 보고 잠시 당황했다. 다들 자신의 안부를 물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태원에 자주 놀러가는 편인데 가족, 회사, 친구들 단톡방까지 난리가 났더라. 혹시 이태원 갔냐고, 걱정되니 연락 좀 달라고. 부모님한테도 10통 넘게 전화가 와 있었다. 핼러윈 때문에 이태원 갔을까봐 걱정돼 연락하셨다더라”고 했다. 이씨는 무슨 일인가 싶어 TV를 켰고, 그제서야 이태원에서 대형 압사 사고가 벌어진 사실을 알게됐다.

한 네티즌이 이태원 압사 사고 다음날인 30일 오전 아버지(왼쪽)에게 받은 카카오톡.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이번 압사 사고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호텔 근처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다. 신고는 29일 오후 10시15분에 접수됐고, 이날 오후 11시30분부터 온라인에는 압사 현장 사진과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다. 소방대원들과 시민들이 길바닥에서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모습, 시민들에게 이끌려 빠져 나온 환자들의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30일 새벽 2시에도 언론에 생중계된 이태원 일대는 아수라장이었다.

시민들도 TV와 인터넷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사망자가 처음 확인된 시간은 30일 새벽1시47분. 소방당국은 2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30여분 뒤 사망자는 59명, 부상자는 150명으로 늘었고, 새벽 3시쯤 사망자 120명, 부상자 100명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소방당국은 사상자 대부분이 20대라며, 정확한 신원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한꺼번에 발생하고,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가 없는 경우가 많아 신원 확인이 늦어진 것이다.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에서 구조된 부상자들이 현장 인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언론 보도를 접한 시민들은 곧장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대전에 살고 있는 조모(36)씨는 “새벽에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서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몇 명은 집에서 뉴스 보고 있다고 하고, 몇 명은 연락이 안 돼 걱정되더라. 다행이 아침에 ‘잤다’고 답이 와서 안심했다”고 했다. 서울에서 자취 중인 최모(38)씨는 30일 오전 6시58분 아버지에게 “집에 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최씨는 “집에 있다고 하니, 이태원 사고 때문에 연락했다고 하시더라. 이걸 보니 자식들과 따로 사는 부모님들이 엄청 걱정하셨을 것 같더라”고 말했다.

29일 밤 이태원에서 대형 압사 사고 후, 한 직장 상사가 단톡방에 직원들 안부를 묻고 있다./독자제공

회사 단톡방도 불이 났다. 직장 상사들은 “혹시 이태원 간 사람” “생사 확인합니다”, “잘 있지?”, “다들 별일 없지? 이태원 갔던 사람 있어?”라며 2030 부하 직원들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냈다. 직장 상사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유모(29)씨는 “일요일 새벽부터 팀장님에게 전화가 와 깜짝 놀랐다. 다짜고짜 괜찮냐, 이태원 안 갔었냐고 묻더라. 안 갔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안심하시더라. 문제는 팀원 중에 핼러윈 분장하고 놀러 간다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 연락이 안 된다. 빨리 단톡방에 괜찮다는 메시지 하나만 남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상자에 대한 신원 파악이 늦어지자, 실종 접수 신고도 급증하고 있다. 이날 서울 한남동 주민센터에 접수된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실종 접수는 2249건이다. 서울시는 실종자 신고를 모두 접수한 뒤 사망 여부를 확인해 가족들에게 연락할 방침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51명이다. 이는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다. 사망자 대부분은 10~20대로, 사망자 성별은 여성 97명, 남성 54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사망자는 19명이다. 피해자들의 국적은 이란·노르웨이·중국·우즈베키스탄 등이다. 중상자는 19명, 경상은 6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