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40대 남성이 알고 지내던 여성의 몸에 불을 붙인 뒤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입주민 A씨는 여성 몸에 불이 붙는 순간, 침착하게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껐다. 다행히 여성은 목숨을 구했다. 남성은 현장에서 달아나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이틀 후,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긴박했던 그날의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사건 당일 가족여행을 떠나려던 A씨는 지하주차장에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여성의 뒤로는 흉기를 든 남성이 달려왔다. A씨는 “여자분이 힘 없이 그 남자에게 붙잡혔다. 저와의 거리가 불과 2~3m 정도 되는 거리에서 흉기로 무장한 남성이 여성분을 위협했다. 정말 영화 같은 장면이 제 눈앞에서 펼쳐진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기억했다.
A씨는 흉기를 든 남성에게 “칼 버려”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남성의 위협은 계속됐다. 그러더니 갑자기 남성은 주머니에서 봉지를 꺼내 여성의 머리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A씨는 “봉지에 있던 기름을 붓고 주저 없이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순간 여성의 몸에 불이 붙었다. 다 붓고 난 봉지는 옆으로 던졌는데 거기에도 불이 붙은 아비규환의 상황이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사람이 불에 타는 모습을 본다면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모든 일은 불과 10분도 안 돼 벌어졌다. A씨는 지하주차장 입구로 달려가 소화기를 가져온 뒤 남성과 여성의 몸에 붙은 불을 껐다. A씨는 “그 남자는 정말 그 여자를 죽일 작정으로 그랬는지 제가 소화기로 불을 끄는 순간에도 바닥에 누워 여자를 꼭 껴안고 안 놓아줬다”고 했다. 남성은 불이 꺼지자 자신의 차를 타고 도주를 시도했다. A씨가 끝까지 따라갔으나, 결국 놓쳤고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A씨는 “저의 평범한 하루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일어났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때의 두려움과 분노, 슬픔 등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감정들이 제 가슴속을 채우고 있다”고 했다.
여성은 상반신 등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은 12일 당진시 대호지면의 한 낚시터 인근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