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로고./뉴스1

15개월 딸의 시신을 김치통 등에 넣어 3년간 숨겨온 부모가 붙잡혔다. 부검 결과 아이의 머리뼈에 구멍이 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아동학대 여부를 수사 중이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포천경찰서는 친모 A(30대)씨의 방치로 사망에 이른 B양의 시신을 지난 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머리뼈에 구멍이 났다”는 구두소견을 전달 받았다. 다만 시신이 워낙 부패한 탓에 구멍이 아이가 살아있을 때 생긴 건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 육안으로 확인될 크기의 구멍이지만 사후에 생긴 건지 생전에 생긴 건지 판단되지 않는다. 타살 흔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 부모를 상대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최종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딸 시신 베란다→친정집 옮긴 친모, 출소한 남편도 본가 옥상으로 옮겨

A씨는 2020년 1월 평택시 자택에서 생후 15개월이었던 딸 B양을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교도소에 수감된 남편 C(20대)씨의 면회를 다니느라 육아에 소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딸이 숨진 것을 발견한 뒤 시신을 자택 베란다에 방치하거나 가방에 담아 친정집으로 옮겨 보관했다. 이후 출소한 C씨는 A씨의 범행에 가담해 B양의 시신을 김치통에 담아 서울 자신의 본가 옥상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친정 부모가 범행에 가담했는지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B양의 시신이 옥상으로 옮겨진 기간은 길지 않아 이웃 주민들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사이엔 숨진 B양 외에도 9살인 아들이 한 명 더 있으며, 현재는 이혼한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3년간 숨겨왔던 딸 시신…포천시 행정조사로 발각

이들의 범행은 B양의 주소지였던 포천시의 신고로 드러났다.

포천시는 최근 만 4세인 B양이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보육시설 등록을 하지 않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이 과정에서 시는 B양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A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결국 시는 지난달 27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B양이 사망한 지 이미 3년 가까이 된 시점이었다.

A씨는 당초 “아이를 길에 버렸다”며 사망 사실을 부인했지만 경찰이 프로파일러 투입과 디지털 포렌식 분석에 나서자 사망 사실을 인정했다. 또 A씨와 C씨는 혐의 일부를 인정하며 반성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딸이 학대로 인해 숨진 건 아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친모 A씨를 학대치사와 사체은닉 혐의로, 친부 C씨를 사체은닉 혐의로 수사하고 있으며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