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데 어떡하나 살려면 먹어야지”
지난 30일 오전 8시 20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 영하 7도 안팎까지 내려간 매서운 추위 속 급식소 앞에는 40대부터 70대까지 약 170여명의 사람들이 50m정도 줄을 늘어선 채 몸을 떨고 있었다. 급식소 옆 커피자판기에서 300원짜리 커피를 들고 손을 녹이는 사람, 폐지를 든 채로 탑골공원 옆 담장에 기대서 기다리는 사람, 목발을 짚은 채로 서서 기다리는 사람 등 모두 패딩을 입고 귀마개와 목도리를 한 채 였다. 목발을 짚고 힘겹게 서있던 박모(67)씨는 “추운데 어떡하나 살려면 먹어야지 허허” 멋쩍은 웃음만 남겼다.
“선생님들 추운데 국 식기 전에 따뜻할 때 드세요. 속이라도 따뜻해야지”
약 10분 뒤 이 급식소를 관리하는 자광명 보살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은 급식소 앞으로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모였다. 메뉴는 170인분의 주먹밥과 된장미역국. 사람들은 급식을 받고 인도 가장자리, 탑골공원 담장 옆 등 뿔뿔이 흩어져 아침식사를 했다. 수레에 폐지를 잔뜩 실은 채 한쪽에서 주먹밥을 먹고 있던 김모(65)씨는 “새벽 2시부터 폐지를 주웠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추워서 힘들었다”면서 “급식소에서 아침을 먹고 폐지를 팔고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라고 했다. 30년이 넘게 취약계층을 위해 봉사해왔다는 자광명 보살은 “날씨도 추운데 떨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급식소 옆에 천막을 쳐서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된다”고 했다.
오전 11시30분 아침에 밖에서 다리를 떨며 기다리던 어르신들을 위해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2층 문을 열고 사람들을 실내로 안내했다. 2층으로 가는 계단은 물론 밖까지 줄이 길게 늘어섰다. 메뉴는 아침에 배급했던 된장미역국에 오뎅볶음, 무채, 흰쌀밥이 추가됐다. 자광명 보살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을 어르신들에게 철제식판에 잔뜩 퍼주면서 “든든하게 드시고 건강하게 올겨울을 지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