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중국이 국내에서 운영하는 '비밀경찰서'로 의심되는 중국 음식점이 기자회견을 열고 유료 설명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뉴스1

중국이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전 세계에 ‘비밀경찰서’ 수십 곳을 개설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한국에도 중국의 비밀경찰 조직이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소재 중식당이 한국에 개설된 비밀경찰서라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라우라 아르트 캠페인 국장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도 중국의 비밀경찰 조직이 있다는 걸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중국 공안에서 만든 공식적인 자료를 조합해 보았을 때 굉장히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53개국에 102개의 비밀경찰서를 개설했다고 폭로했다. 해당 비밀경찰서에서는 도망친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압박해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르트 국장은 중국 난통이라는 도시의 공안이 공식적으로 발행한 문서의 내용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우리는 2022년부터 외국에 있는 중국인을 위해 새로운 연락사무소를 만들 것이다. 오스트리아나 한국과 같은 경우 경찰과 학생 등을 고용해 대내적으로, 대외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고 했다. 공안의 공식 문서에 한국이 언급되어 있으므로 비밀경찰 조직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공개한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소재국 지도. /자료=세이프가드 디팬더스, CBS

아르트 국장은 비밀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중식당에 관해서는 “아프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사람들을 돕게 된 계기가 어떤 수사를 하던 중에 갑자기 아파서 중국으로 송환을 도왔다는 걸 어떻게 봐야 될지,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송파구 소재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 왕하이쥔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이 식당에서 ‘비밀경찰서 진상규명 설명회’를 열고 동방명주는 중국 당국이 한국에 개설한 비밀경찰서가 아니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는 “질병 등 돌발적 상황으로 죽거나 다친 중국인이 귀국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반체제 인사 탄압과 강제 송환 등 비밀경찰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중국에 송환할 국내 거주 중국인을 선별했는지 등을 명확히 해명하지는 않았다.

아르트 국장은 “중요한 건 한 곳의 주소나 한 사람만을 지정해서 지속적으로 파헤치는 것보다는 연결된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차원에서 계속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아르트 국장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014년부터 23만명의 반체제 인사를 송환했으며 그중 7%만이 합법적인 과정을 거쳐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중국은 당연히 이게 불법인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걸 모른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은 나라의 이름으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