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철에서 ‘출근길 탑승 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대해 “지난 6일 총 6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부터 ‘무관용 대응’ 방침을 내세우며 전장연의 지하철 승차를 막은 데 이어 후속 조치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8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본지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지난 1년여간 전장연 시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입증 가능한 손해 규모는 6억원이지만 사회적 비용은 수십억,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앞으로 지하철에서 불법 시위는 못 할 것”이라며 “전장연이 계속 불법 시위를 한다면 추가적인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최근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 생각이 없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강남·여의도·목동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오 시장은 인터뷰에서 ‘핼러윈 참사’ 등 대형 재난 대응 체제 정비, 시민단체·노조 보조금 축소,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 ‘여의도 영어 친화 도시 조성’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장연에 대한 원칙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많은데.
“전 세계 어디에도 본인들이 원하는 예산이 흡족하게 편성되지 않았다고 지하철을 멈춰 세우는 도시는 없다. 이제 시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해 들어 분명하게 입장을 정했다. 진작에 강경하게 대처하고 싶었지만, 여론이 무르익기를 기다렸다.”
-손해배상 소송까지 한 이유는.
“서울교통공사가 2021년 11월 전장연을 상대로 낸 30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법원은 지난달 조정안을 냈다. 전장연의 열차 운행 지연 시간을 5분까지로 용인하고 지하철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이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손해 본 것을 청구하는 게 공공 기관의 책무다. 6억원 손배소를 다시 낸 것은 2021년 11월 이후 손해도 책임지라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는 왜 필요한가.
“서울 집값은 문재인 정부 초기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또한 집값 연착륙을 위해서는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값이 떨어지든 올라가든 관계없이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등을 독려해 매년 새 주택 5만채를 공급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많이 올랐던 지역이기 때문에 해제를 고려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
-’핼러윈 참사’ 등 대형 재난 대응 시스템 정비는.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는 소방재난본부장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이 마음껏 지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위기 대응에 골든 타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현재 비어 있는 한남동 서울시장 공관에 들어가는 것도 생각 중이다. 지금 살고 있는 자택과 달리 공관에는 24시간 직원이 있고 비상 차량이 대기 중이라 비상시 현장에 빨리 갈 수 있다.”
-시민단체·노조 보조금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전임 시장 시절 시민단체를 표방한 관변 단체에 예산 지원이 많았다. 이념 성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사실상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사업이었는데, ‘복지 정책’으로 포장됐다. 이를 과감하게 줄여 마련한 예산 수천억원을 진짜 약자들을 위한 정책에 배정하겠다. 민간 위탁금·보조금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작년에 90%가량 정상화가 이뤄졌고 나머지 부분도 올해 말까지 정비할 것이다.”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가.
“300원을 올리더라도 요금은 원가의 70% 수준이다. 8년 동안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65세 이상 노년층 등에 대한 무임 수송 비용을 지원해줬다면 덜 올려도 됐는데 그게 안 돼 고육지책으로 최소한만 인상하는 것이다.”
-TBS 정상화에 대한 구상은.
“TBS는 여러 프로그램이 편향성 문제를 갖고 있었다. 김어준씨 한 명을 내보낸다고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TBS 노조가 TBS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대표가 그만뒀고, 김어준씨도 방송에서 하차했다. TBS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객관적 시각을 가진 유능한 분을 후임 대표로 모실 생각이다.”
-경제 위기에 더 취약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은.
“사회적 약자 지원은 빈부 격차와 양극화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것이다. 기준 소득에 못 미치는 가구에 대한 ‘안심 소득’ 사업을 시작했고 교육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서울런(온라인 교육 플랫폼)’도 확대한다. 특히,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해 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이고 평수도 늘리기로 했다.”
-서울시에 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도 필요한데.
“중앙정부가 대형 금융기관들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은 서울시의 금융 허브 정책에 부담을 준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적 현실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구책으로 서울 여의도를 싱가포르 같은 세계적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 이를 위해 ‘영어 친화 도시’ 시험을 하겠다. ‘영어 친화 도시’는 영어 공용화의 전(前) 단계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공공 안내판이나 식당 메뉴판 등에 영어를 병기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올해 서울시 업무 계획에 포함해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 또 민관 합동으로 1조1000억원을 관광업에 투자하겠다. 관광업은 특히 서민 경제에 직접 도움이 될 것이다.”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가 신경 쓰이지 않나.
“최근 (선호도) 수치가 낮게 나오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대선 주자) 면에서 주목받고 싶지 않다. 앞으로 일한 성과를 보고 국민들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본다.”
-중·대 선거구제에 대한 입장은.
“영남에선 더불어민주당, 호남에선 국민의힘 의원을 배출할 수 있어 국민 통합을 이루고 정치 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제도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