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간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서 구금됐던 김성태(55)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16일(현지 시각) 한국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17일 0시 30분쯤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의 인천행 비행기 출국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색 셔츠에 베이지색 바지와 회색 점퍼를 입은 그는 손에 ‘시골무사 이성계’ 책을 들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이 이민국 수용소에서 나오는 모습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쯤 이민국 수용소에서 호송차 한 대가 출발했다. 경찰차 두 대가 호위했다. 김 전 회장이 탔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미끼’ 차량에 취재진이 시선을 빼앗긴 사이, 김 전 회장이 탄 차량은 다른 경로로 공항에 도착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방콕 공항에서도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된 별도 구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손에 든 ‘시골무사 이성계’는 고려 말기의 명장이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를 다룬 소설이다. 1380년 이성계가 1000여명의 병력으로 1만 대군을 거느린 왜적 ‘아지발도’를 상대한 황산대첩을 다룬다. 줄거리 소개에는 ‘지면 죽음으로 답해야 하고 이기면 그것으로 그만인 싸움’이라고 소개된다. 표지에는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이라는 표현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의혹들을 놓고 “이재명 대표 전화번호도 모른다. 전혀 알지 못하는 관계”라고 부인했다. 배임과 횡령 혐의를 인정한 적도 없고,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나 불법 대북 송금 의혹 등도 부인했다. 그는 “김치 먹고 생선을 좀 먹었는데, 그걸 황제 도피라고 했다”며 “억울한 건 많지만 모든 게 제 불찰이니까 한국에 돌아가 성실히 수사 받고 소명하겠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이 탑승한 비행기는 방콕에서 이날 0시 50분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다소 지연돼 오전 1시 25분 이륙했다. 김 전 회장은 한국 시각으로 이날 오전 8시 26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심려를 끼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부족한 저 때문에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상처받은 거 주위에서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