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이용객들이 모여들고 있다./조재현 기자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백화점 앞은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서 캐릭터 기념품을 구매하려는 이들로 인산인해였다. 기념품 판매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이지만 원하는 제품이 품절될까 ‘오픈런’을 하려는 이들이 몰린 것이다. 이곳 지하 2층엔 오전 9시쯤부터 지하철역 무빙워크를 따라 약 100m의 줄이 늘어서 있었다.

줄 맨 앞에 서 있던 대기번호 ‘1번’ 이모(20)씨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만화 ‘슬램덩크’의 팬이었고 이번 영화도 3번이나 봤다”며 “캐릭터 상품 사려고 전날(25일) 오전 10시부터 기다리며 근처 편의점에서 밤도 샜다”고 했다. 이날 이씨는 슬램덩크 주인공 5명의 모습을 재현한 미니 피규어 세트, 슬램덩크 유니폼 모양의 열쇠고리, 포스터 등 총 105만원의 기념품을 구매했다. 늘어선 줄에 이곳을 찾은 한 방문객은 “대기번호가 761번인데 대기시간이 7270분이라고 한다”고 했다. 팝업스토어 개장 첫날이었던 이날, 입장 대기줄 마지막에 선 사람의 대기번호는 842번이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김남훈(40)씨도 유니폼과 피규어를 구하려고 회사에 휴가를 내고 팝업스토어를 찾았다고 했다. 김씨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만화책 초판본 전권을 소장하고 있었을 만큼 팬”이라며 “지금도 슬램덩크 만화책을 보려고 헌책방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 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열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6일까지 국내에서만 누적 167만 관객을 기록했는데, 영화 관람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1990년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 만화책 ‘슬램덩크’를 애니메이션화한 것으로, 한 고등학교 농구부가 유력한 우승 후보인 다른 고등학교 농구부를 상대로 승리하려는 이야기다.

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내며 ‘슬램덩크’의 낭만을 기억하던 3040세대 뿐만 아니라 만화를 뒤늦게 접한 20대까지 기념품 팝업스토어에 몰렸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를 통해 ‘슬램덩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20대들도 캐릭터 상품 구매에 적극적이었다. 김모(24)씨는 “‘n차 관람’을 처음 해볼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60만 원어치 유니폼과 피규어, 키링을 샀다”고 말했다.

이날 팝업스토어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전날 오후부터 밤을 새며 입장을 기다렸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왔다는 송모(35)씨는 “전날 오후 2시 30분에 여기 도착했는데, 내 뒷자리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1명당 1개 한정 판매하는 ‘슬램덩크’라고 적힌 손목보호대를 하나 사달라고 대리구매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줄 선 사람들에 밀려 뒷번호를 받은 이들은 ‘좀 더 빨랐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김백수(38)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픈런’을 해본다”며 “오늘 오전 6시 40분에 도착했는데도 대기번호가 490번대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