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이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의 주역 조규성(전북 현대)을 앞세워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조규성의 더바디샵 광고 속 제품을 댓글로 적으면 추첨을 통해 조규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팬덤 이벤트였는데, 성의 없이 댓글만 남긴 인플루언서들이 당첨자 다수를 차지하면서다. 조규성 팬들은 “팬 기만 이벤트”라며 당첨자 선발 기준을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바디샵은 “랜덤 추첨”이었다며 실망한 팬들을 위해 추가로 5명을 더 선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더바디샵은 지난 6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밸런타인 데이(2월 14일) 기념 이벤트를 진행했다. 자사 앰버서더(홍보대사)인 조규성과 자사 인기 제품 사진을 올려 놓은 뒤, 제품의 향을 댓글로 적으면 추첨을 통해 5명에게 조규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와 조규성 선수 사인볼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바디샵을 해시태그 해 스토리 공유, 친구 소환을 하면 당첨 확률이 높아집니다”라고 덧붙였다.
조규성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수백명의 팬들은 조규성과 더바디샵에 대한 장문의 찬양 글을 정성스럽게 남겼다.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스토리 공유, 친구 소환도 빼먹지 않았다. 덕분에 더바디샵은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누렸다.
14일 당첨자 발표날. 더바디샵은 당첨자 5명을 공개했다. 그러나 5명은 인스타그램 팔로워수가 많아 제품 협찬을 자주 받는 인플루언서였다. 특히 이들 중 대부분은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스토리 공유를 아무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규성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한 사람도 단 1명뿐이었다.
팬들은 댓글을 통해 선발 과정에 의문을 표하며 항의했다. 이벤트에 참여했던 팬들은 “더바디샵은 추첨 방법 공개하세요. 5명 모두 팔로워수가 1000~1만명. 1000명 넘으면 뽑아주나요. 스토리 공유와 친구 태그 시 확률이 올라간다고 돼 있는데 당첨자들 댓글 보니 형식적인 댓글이네요. 간절하게 적은 팬들을 기만했네요” “인플루언서 뽑은 거 티나서 슬프네요. 팬들 이용해 무료 홍보 알차게 하셨네요”라며 선발 기준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애초에 내정자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첨자 선발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더바디샵은 15일 인스타그램에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첨자는 시중에서 많이 사용한 랜덤 추첨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확률을 높이기 위한 친구소환, 해시태그, 스토리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 많은 분들이 느끼셨을 실망감을 깊이 인지하고 있다”며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행사 현장을 볼 수 있도록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팬들과 온라인에서는 미흡한 대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행사 당일 라이브 방송 또한 팬들에게 더바디샵 홍보에 참여하라는 게 아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여론이 좋지 않자, 같은 날 추가 공지가 올라왔다. 더바디샵은 “많은 분께서 짚어 주신 바와 같이 기존 5명의 당첨자 선정 방식이 여러 팬분들께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통감했다”며 “해당 이벤트에 참여를 원하신 분 중 한 분이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고자 논의 끝에 5분을 더 모시기로 확정했다”고 했다.
더바디샵은 “이벤트에 참여하신 분들 중 기본 당첨 조건인 댓글에 더해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스토리 공유, 해시태그, 친구소환까지 모두 진행해 주신 분들 중 랜덤으로 추첨 예정”이라며 “추첨 시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 및 공유하여 조금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재추첨 결과는 16일 정오에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