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광주 북구청 상황실에서 여성보육과 여성친화저출생팀 직원들이 지역별 출산율을 비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대 미혼 여성 중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4%만 결혼이 필수라고 답했다. 12.9%의 남성이 ‘결혼은 필수’라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였다.

26일 사회복지연구에 게재된 ‘청년층의 삶의 질과 사회의 질에 대한 인식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는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조사는 만 20~34세 미혼 남녀 28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특히 ‘결혼과 출산이 필수적’이라는 항목에 여성과 남성 각각 4%, 12.9%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남녀 모두 동의하는 비율이 낮았지만, 여성은 5%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다른 항목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결혼과 출산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했다.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답한 여성은 42.9%였지만, 남성은 61.3%로 2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결혼과 출산 모두 중요하지 않다’는 데 동의한 여성은 53.2%로, 남성(25.8%)과 두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응답자의 성별과 연령뿐 아니라 삶의 질, 그리고 사회의 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삶의 질로는 교육 수준·고용 지위·건강 상태·우울감·행복감을, 사회의 질로는 경제적 안정성·사회적 신뢰·기회의 평등·결정의 자유·계층 이동을 고려했다. 그 결과 삶의 질이 높다고 여길수록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또 사회적 신뢰가 높을수록, 기회와 평등 인식이 긍정적일수록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진행한 박정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혼과 출산은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동시에 사회 공동체의 맥락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행위”라며 “결혼·출산 감소 추세에 대응하려면 사회적 포용성과 응집성을 높여 사회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과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한편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전년보다 0.03명 감소한 0.78명으로 1970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합계출산율은 2016년(1.17)부터 7년 연속 감소했다. 앞으로 2~3년간은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미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마티아스 돕케 교수 연구진은 전미경제연구소(NBER)를 통해 공개한 ‘출산의 경제학: 새로운 시대’ 보고서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해 유연한 노동시장, 협조적인 남편, 우호적인 사회규범, 우수한 가족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성이 육아와 집안일을 덜 하는 나라에서 출산율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스웨덴·아이슬란드·노르웨이·핀란드·미국 등 상위 5국은 모두 합계출산율이 1.8명을 넘었지만, 체코·일본·한국·폴란드·슬로바키아 등 하위 5국은 합계출산율이 1.5명 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