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8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노조 탄압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모인 4만명(경찰·주최 측 추산)은 종로 보신각과 정부서울청사, 경찰청 등 총 3곳으로 나눠 사전 결의대회를 열고, 숭례문에 모여 오후 3시부터 본집회를 시작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대비해 현장에 경찰 부대 100여 개를 배치하고 불법 행위가 벌어질 땐 현행범 체포 등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서울 광화문 근처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노총 건설노조 산하 7개 지부 소속 1만5000명(경찰 추산)이 모여 ‘단결·투쟁’이 적힌 빨간 머리띠를 한 채 사전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건설노조가 만든 현장 안전한 일터 지켜내자’ ‘탄압이면 항쟁이다’ 등이 적힌 손팻말과 플래카드를 들고 “공갈정권! 무식한 정권! 윤 정권 심판하자!” “건설노조 사수하고 현장을 바꾸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복궁역에서 정부서울청사로 가는 사직로 왕복 8개 차선 중 4개 차선을 점거하면서 인근 도로에서는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오후 2시 기준 정부서울청사부터 경복궁역 교차로 방향은 차량 통행 속도가 평균 2km/h 정도로 시민들이 걷는 속도보다도 느렸다. 일반적인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15km/h 정도다.
같은 시각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맞은편 통일로와 보신각 일대에서도 같은 구호를 외치며 경찰 추산 1만8000명의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행진이 이어졌다. 이곳도 진행 방향 쪽 차선을 전면통제했는데, 건설노조 관계자가 나와 “경찰이 교통 정리를 하지 않으면 나머지 자리까지 차지해버리겠다”며 외치기도 했다.
사전 결의대회를 마친 민노총 건설노조는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세종대로 모여 왕복 8개 차로 중 6개 차로를 점거한 채 본집회를 시작했다. 먼저 무대 단상에 오른 이종철 이태원유가족협의회장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지 100여일이 지나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나는) 정치에 관심없는 평범한 가정이었지만 아이들을 방치한 정부에 맞서 민노총과 함께 하겠다”고 본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윤정혁 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은 무대에 올라와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 잘못 건드린 것 같다. 손 잡고 투쟁해서 민주노총 지켜내고 노동자 승리하는 길로 달려가자”며 “이대로는 살수없다 세상을 뒤집자”고 구호를 외쳤다. 마지막 순서로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은 “윤 독재는 건설노조 집회 하기도 전에 불법 집회할 거라고 규정하고 여러 농간을 부렸다”며 “오늘 경찰부대 100개 이상 배치됐다고 하는데 정부가 100분의 1이라도 이태원에 배치했더라면 10월 29일에 소중한 생명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본집회가 끝난 오후 4시 30분쯤 건설노조 1만명은 용산 전쟁기념관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경로인 숭례문부터 서울역까지 편도 4개 차로 중 3개 차로를 점거해 도로에서는 차량 통행 속도가 평균 7km/h에 그쳤다. 서울역 방면 한강대로는 평균 차량 속도가 4km/h 였다. 숭례문 버스정류장에서는 13개 버스가 우회해서 들어오는 등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전쟁기념관에서 장 위원장이 “앞으로 건설노조는 많은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외친 후 건설노조는 용산에 도착한지 15분 만에 해산했다.
경찰은 집회와 관련해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서소문로, 세종대로, 통일로의 4개 차로를, 남대문로, 소공로, 우정국로, 을지로의 3~4개 차로를 통제했다. 본집회가 열리는 오후 3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는 세종대로 6개 차로가 통제됐다. 건설노조가 전쟁기념관으로 이동하면서 오후 5시 30분까지는 세종대로와 함께 한강대로까지 편도 4개 차로 중 3개 차로가 통제됐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천안논산고속도로 천안 방향 정우터널 인근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4대와 화물차 2대의 추돌사고에서 관광버스 3대가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광역시에서 출발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와 버스 승객 10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사고 여파로 교통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