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고(故) 전형수(64)씨 사망 책임을 검찰 수사 탓으로 돌린 가운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제발 남의 핑계 좀 대지 마시고 본인 책임부터 이야기하시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공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굉장히 조용하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일을 하시던 분인데 너무나 안타깝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고인이 유서에 이 대표에게 정치를 내려놓으라고 언급했다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무리한 행정이 주변 사람을 굉장히 힘들게 한다”며 “공무원들은 나중에 처벌받으니 두려워 숨기려다 자백할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유를 말씀드리면 지자체장이 무리하거나 편법을 요구하면 눈밖에 벗어날 수도 없고 굉장히 괴롭게 된다”며 “항상 자기(지자체장)들은 빠져나가고 결국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구나’ 하는 압박감 때문에 공무원들이 굉장히 힘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얼마나 순수한데, 일만 하다가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정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전씨의 사망 소식에 간밤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재판을 일찍 마쳐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의 경기도의회에서 전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해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라며 “수사당하는 게 제 잘못인가”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기 전에도 “본인(이재명)이 책임져야 하는데 항상 뒤로 물러나 있다”며 “도시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의 경우엔 저만 기소돼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분도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을 져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숨진 전씨에 대해선 “이 대표의 사소한 부분까지 많이 챙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전씨는 전날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에서 네이버가 성남FC에 40억원의 불법 후원금을 내는 데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전씨는 2019년 5월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의 모친상에 가서 쌍방울 관계자에게 “남북 경협 합의서 체결을 축하한다” “대북 관련 사업의 모범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