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이혼 문제 때문에 집안에 너무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둘러 둘러가며 들어보니까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이던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살한다’고 약을 먹은 인물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다.
유동규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키맨’으로 지목되던 2021년 9월 말~10월 초의 일이다. 당시 정황에 대해 유동규씨가 입을 열었다. 극단 선택을 하려고 했던 상황와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버린 이유 등을 설명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증거인멸·도피 지시가 있었다고 유동규씨는 주장했다.
◇”정진상 지시에, 산지 2주 밖에 안 됐다는 말도 못하고 휴대전화 버려”
유동규씨는 9일 유튜브 채널 ‘유재일’에 출연해 당시 정황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유동규씨는 이 대표가 언급한 ‘자살 시도’에 대해 “맨정신으로는 못 뛰어내리겠다라. 수면제하고 술을 좀 먹어야겠다고 해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고 수면제를 먹고 비몽사몽간에 뛰어내리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유동규씨는 “사람이 가려고 하니 그거(유서)는 남겨야겠더라. 측근에게 ‘뒷일을 부탁한다’고 문자를 보내고 담배를 한 대 피웠다”고 했다. 그 사이에 근처에 있던 지인이 오피스텔로 찾아왔다고 한다. 유동규씨는 “지인이 ‘왜 그러느냐’며 나를 꽉 끌어안았다. 내가 ‘험한 꼴을 봐야할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다가 (약에) 취해서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일어나보니 집사람이 와있었다. 그래서 정을 끊어야 하니까 빨리 가라고 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깨니 아침이었다”고 했다.
그때 정씨에게 전화가 왔다고 한다. 유동규씨는 “내가 잠든 사이 (정씨가) 전화를 많이 했는데 못 받았다”며 “짜증이 나서 이런 저런 상황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유동규씨가 정씨와 통화를 한 시간은 오전 8시쯤이라고 한다. 당시 초인종이 울렸고, 유동규씨는 정씨에게 “형, 누가 왔는데”라고 했다. 정씨는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경상도 사투리로 “전화기 버리라”고 했다고 한다.
유동규씨는 “엉겁결에 (휴대전화를 버렸다). 나는 진상이형(정씨) 말 잘 듣는다”라며 “(휴대전화 산지) 2주 밖에 안 됐는데라는 말도 못하고 그냥 던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2021년 9월 29일 유동규씨가 살던 경기 용인시 주상복합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유씨가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씨는 당시에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술을 마시고 휴대전화를 집어던졌을 뿐 증거인멸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었다.
◇도피 종용한 김용…“10일만 있으면 된다, 태백산 타라”
이후 검찰은 유동규씨에게 출석을 요구했다.유동규씨는 당시 김씨가 자신에게 “우리 정보에 의하면, 검찰이 구속할 것이다. 큰일이다”라며 “우리가 어떻게 달려왔느냐. 열흘 뒤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나는데, 후보가 결정되는 순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유동규씨에게 도피를 종용했다고 한다. 유동규씨는 변호사와 협의 후 검찰에 출석하기로 하고, 출석 전날에는 검찰청 인근 모텔에서 숙박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김씨에게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김씨는 당시 유동규씨에게 “도망가라”며 “10일만 있으면 되는데 태백산을 타라”고 했다고 한다.
진행자인 유재일씨가 ‘김용은 왜 하필 태백산을 가라고 했을까’라고 묻자, 유동규씨는 “치악산을 한때 점령하신 ‘그분(이 대표)’의 선견지명일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 시절 고소 사건에 연루된 뒤 경찰 수사를 피해 몇 달간 도주했다. 자서전 ‘이재명은 합니다’를 보면, 이 대표는 “원주 치악산으로 가던 중 경찰의 검문에 걸리고 말았다. 나는 차분하게 미리 준비해둔 대로 동생의 인적사항을 불러주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둔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다행히 검문이 까다롭지 않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그 길로 평창에 도착해 연락해야 할 곳에 모두 연락을 한 뒤 휴대폰 배터리를 제거하고 설악산 쪽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유동규씨는 “정진상이 가라고 했으면 (태백산에) 갔을 것”이라며 “김용이 가라니까 개긴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침낭 하나 구해서 가라”고 재차 종용했다고 한다. 유동규씨는 “이 밤중에 침낭을 어디서 구하느냐. 산에 가는 것보다 멧돼지가 더무서워 못 간다고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씨는 “(정)진상이가 (서울)중앙지검장이랑 술을 마시고 있다. (네가) 입원하면 안 건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통까지 뒤진 劉…응급실 나오자 마자 체포
유동규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픈 데가 없다”고 응수했다고 한다. 김씨는 “배탈이 나서 가라. 상한 거라도 먹고 가라”고 했다. 유동규씨가 별 이상이 없자, 정씨가 “음식물 쓰레기통이라도 (뒤져서) 먹으라. 무조건 배탈이 나라”고 했다고 한다. 유동규씨는 “음식점 앞에도 다 CCTV가 있더라. 먹는 장면이 찍히는 게 자존심이 상해 (근처를) 한바퀴 돌았다. 어느 식당 앞을 몇 번이고 보니까 만만한 게 구석에 있었다”고 했다.
유동규씨는 “이재명의 목숨이 달려있다는데, 잡혀가면 안 된다는데 해서 (쓰레기통 안 음식물을) 조금 찍어서 먹었다”고 했다. 그는 “생선 파는 집이었는데, 복어는 아니었길 빌었다. 복어였다면 죽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모텔로 들어오니 배가 아팠다. 아픈 척 하려고 119를 불렀고, 흑석동 모 대학병원으로 갔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당시는 오전 9시 30분이었다고 한다. 유동규씨는 “응급실 앞에 (검찰) 수사관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나오자 마자 도주 우려가 있다며 체포가 됐다”고 했다. 유동규씨는 2021년 10월 1일 검찰에 체포됐고, 그달 3일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검찰은 2021년 10월 21일 유동규씨를 구속기소했고, 유씨는 1년만인 지난해 10월 22일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유동규씨는 “1년을 거기서(구치소)도 의리로 버텼다. 말 안 하고 구박을 받아가며”라며 “나보고 의리없는 놈이라고 한다. 그거 때문에 (체포·구속 사유인) 도주 우려, 증거인멸 다 된 것”이라고 했다. 유동규씨는 “잡혀들어가서 얼마나 억울한지. 누가 폰 던지라고 (했다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라며 “거기서 왔다는 변호사한테도 말을 못했다. 이 사람이 스파이인지 아닌지 모르니까”라고 했다.
검찰은 지난 7일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한 재판에서 유동규씨에게 ‘감시용 변호사’를 붙였다고 했다. 유동규씨는 9일 재판에서 “2021년 말쯤 김모 변호사가 선임돼 찾아왔는데 캠프 쪽에서 왔다고, 위에서 보냈다고 왔다”며 “(김모 변호사가) 제 변호를 위해 온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제가 아는 정보들과 상황을 많이 물어봤다”고 했다. 이어 “평소 재판도 거의 안들어와 의심스러웠는데 이재명과 대장동 관련해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면 접견을 왔다”며 “제 필요에 따라 오는 게 아니라 언론 보면 김모 변호사가 오겠구나 예측할 정도의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졌다”고도 했다.
유동규씨는 “(구치소에) 들어가 있으면 다 울게 된다. 눈물이 난다”며 “독방이고, 천장밖에 안 보이고, CCTV도 24시간 감시한다”고 했다. 그는 “경찰서도 안 가본 사람이고, (나도) 나름대로 강하다고 하는 사람인데 눈물이 나더라”라며 “그러면서도 1년을 버텼다”고 했다.
유재일씨가 ‘정씨가 그걸 알까’라고 묻자, 유동규씨는 “모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구치소에) 들어가 있으니 들어간 (사람의) 심정은 알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들어가있다고 화낼 수도 있고, 유동규도 이렇게 고생을 했겠구나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저도 한때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이었다”며 “내 마음이 많이 억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