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어릴 적부터 예쁜 것에 관심이 많았다. 직업은 대중매체 편집장으로 사는 곳은 강북, 일은 주로 강남에서 한다. 물건을 많이 사는 편이다. 하는 일이 주로 ‘유행’을 다루는 일인데다 무엇보다 쇼핑이 즐겁다고 한다.
최근 1년 새 중고마켓을 더 자주 이용한다. “저는 남들 따라하는 것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취향이 명확한 편이에요. 중고마켓에는 이런 물건들이 엄청 저렴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100만원으로 백화점에서 한 개 살 수 있다면, 중고마켓에는 대여섯개 살 수 있으니 저같은 사람에겐 좋죠.”
“된장녀라고 욕 먹을 것 같다”면서도 그녀가 지난 가을부터 구매한 물품을 알려줬다. 돈그랑땡이 K의 구매이력을 추적해봤다.
몽클레어 패딩: 80만원
품질은 좋고, 가격은 ‘사악한’ 몽클레어. 중고시장에서도 1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지난해 가을 말~추위가 오기 직전인 11월 중순, 구구스 매장에서 샀다. ‘약간의 사용감’을 제외하고는 깔끔했다. 이 정도 길이의 몽클레어는 요즘 중고시장에서도 150만원 이상 가격이 붙어있다. 어떻게 이렇게 싸게 샀을까.
“팔뚝에 로고가 있는 것과 없는 것 가격 차이가 100만원 정도 나요. 제 옷과 비슷한데 팔뚝에 마크가 있으면 180만원이더라구요. 저는 브랜드 표시 박힌 것을 별로 안좋아해서 이걸로...”
✔팩트체크: 구글 사진검색을 해봤더니 K가 구매한 패딩 모델번호는 ‘MONCLER 4986000 57822 778 IMIN’. 2018년 첫 발매됐고 지금은 단종됐다. 처음 나왔을 때 일본에서 판매 가격이 ‘¥226,800′ 으로 표기됐다. 한국 가격은 약 220~230만원으로 추정.
샤넬 페이턴트 토트백: 100만원
반짝거리는 페이턴트 백은 샤넬의 인기 모델인 양가죽 백이나 소가죽 백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지는 편. 그래서 멋내기용, 여름용으로 인기가 있다. A 등급 샤넬 페이턴트 백을 중고로 100만원에 샀다. 개런티 카드가 없다는 건 큰 결함인데도, 감정을 통해 진품판정을 받은 제품. 구입 당시 매장 가격은 250만원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K는 가격이 나가는 제품은 매장을 방문해 직접 만져보고 입어 본 뒤, 앱으로 산다.
✔팩트체크: 구글 스마트 렌즈에 검색해보니, 샤넬 에나멜 퀼팅 페이던트 토트백 7914859라 나온다. 7번대 제품으로 2002~2003년 나온 제품이다. 중고마켓에 104만원에 올라온 제품도 있는데, 주황색을 검정으로 염색한 경우다.
사카이 숏 패딩: 49만 3000원
나이키X사카이 콜라보 운동화는 한 때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그러나 사실 사카이의 본류는 의류.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로 1999년 파격적인 언발란스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젊은 세대의 명품이 됐다. K가 산 패딩은 사카이에서 매년 디자인만 조금씩 바꿔서 나오는 모델. 중고 매장을 방문해 입어보고 샀다
“사카이는 인기 브랜드라 들어오면 뜸들이지 않고 바로 잡는 게 좋아요. 부분에 약간의 사용감이 있었지만, 패딩 자체가 검은색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에요.” 원래 발매 가격은 200만원대.
앤드뮐미스터 가죽 자켓: 17만5000원
K는 평소 55사이즈를 입지만 이 옷은 44~55 사이즈 사이. 타이트하게 보이지만 입으면 편하게 들어간다. 양가죽이 보드랍기 때문이다. 앤드뮐미스터의 가죽 자켓은 대개 20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 요즘 MZ는 앤드뮐뮈스터 글자가 영문으로 새겨진 토트백을 선호하지만,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의 옷은 인기가 적은 편. 덕분에 싸게 샀다. 원래 발매가는 약 200만원.
네헤라 스커트: 9만원
분더샵 같은 편집매장에서 종종 눈에 띄는 브랜드다. 슬로바키아 브랜드로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이 좋아한다. K가 입기에는 사이즈가 큰 편인데도 샀다. 주름 치마라 낙낙해도 입었을 때 맵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평소 60만~70만원 하는 치마가 9만이라는 가격에 나온 터라 냉큼 집었다.
발렌시아가 XL 클라우드 클러치백: 65만원
“지난해 환율이 급등하고, 면세점에서도 크게 살 게 없어서 일종의 보복 소비를 한 것 같네요. 지금이라면 저 가격에 안살 것 같아요.” 김씨가 꽤 비싼 값에 이 백을 산 이유는 구구스 점원이 “몇 시즌 지나지 않은 상품”이라고 귀뜸을 해줬기 때문. 발렌시아가는 ‘모터사이클’백이 가장 유명한데, 특히 요즘 2030은 모토사이클 숄더 미니 스타일을 선호한다. K는 이 쇼핑이 크게 성공한 쇼핑은 아니라고 평한다. 조금 비싸게 산 느낌이라는 뜻이다.
✔팩트체크: 발렌시아가 Xl Cloud Clutch Bag 품번: 700115. 2021년 엘르 유럽판에도 실린 제품이다. 발매 가격은 무신사 판매가 226만원 (회원가 140만원).
마커스루퍼 스팽글 니트: 8만원
영국 브랜드로 독일 디자이너가 만든다. 니트에 반짝이(시퀀)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게 특징. 연말 모임에 입고가려고 샀다고 한다. 비슷한 패턴에 무늬만 다른 니트의 발매가는 28만원.
아쿠아주라 앵클 부츠: 6만원
아쿠아주라는 구두 브랜드다. 아크네, 마르지엘라 등을 좋아하는 젊은 멋쟁이들에게 인기있다. 프린지 장식이 유명하다. K는 신발의 경우는 미착용 새제품급만 사려고 한다. 하지만 당근마켓에서 본 이 구두에는 끌렸다. 판매자는 “강남 10꼬르소꼬모에서 50만원에 샀는데, 딱 한번 신고 신지 않았다”고 글을 올렸다. 실제로 보니 구두는 매우 깨끗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