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재방송료 지급 규정 변경으로 배우 조보아와 박해진은 이제껏 받아 온 2020년 작 KBS 드라마 '포레스트'의 재방송료를 토해내야 한다. 조보아 외 '달이 뜨는 강',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출연 배우들인 나인우, 지수, 박지훈, 강민아 등도 재방송료 환수 조치 대상이 됐다. /뉴스1

KBS는 일부 드라마의 재방송료를 배우 측에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15일 드러나자 “이들 드라마는 ‘방송권 구매’라는 새로운 형태의 방송 유형이고, 재방송료 지급 근거가 없어 지급을 보류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KBS는 이제껏 방송권 구매 드라마에도 재방송료를 줘 오다 올해부터 주지 않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로부터 배우들의 재방송료를 대신 정산해주는 사단법인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방실협)는 16일 입장문을 내며 “KBS는 4개 드라마의 재방송료 10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사용은 KBS가 하고 저작권 사용료는 나 몰라라하는 건 그야말로 갑질”이라고 했다. 재방송료가 지급되지 않은 드라마는 지난해 상반기 서현의 출연작 ‘징크스의 연인’, 김재욱과 걸그룹 f(x) 출신 크리스탈의 출연작 ‘크레이지 러브’, 하반기 방송된 강하늘·하지원 주연의 ‘커튼콜’, 지창욱과 수영 출연작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등 총 네 작품이다.

방실협은 이어 “방송권 구매 드라마는 20년 전부터 존재했던 형태다. 이는 방송법상 외주제작에 해당한다. 방실협과 방송사 간의 기존 협약엔 정산대상으로 포함돼 있다”며 “KBS는 지난해 이를 문제 삼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재방송료를 지급해 왔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KBS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3년 간 드라마 제작 현황’에 따르면, “새로운 형태의 방송유형이라 지급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재방송료를 주지 않고 있다는 KBS는 2020년 박해진과 조보아 주연의 ‘포레스트’와 2021년 나인우, 지수 주연의 ‘달이 뜨는 강’, 박지훈, 강민아 주연의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등의 방송권 구매 드라마에도 재방송료를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KBS 측은 “실수였다”며 “환수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뉴스1

방실협은 “KBS는 법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저작권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며 “KBS가 제작사로부터 방영권을 구매할 때 사용해야 하는 ‘방송프로그램 방영권 구매 표준계약서’에는 ‘실연자에 대한 저작권사용료는 수익배분의 편의를 위하여 방송사가 지급하는 것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방송법성 방송사의 표준계약서 사용은 의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공중파 방송사 가운데 유독 KBS만 방송권 구매 드라마의 재방송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실협은 “KBS를 제외한 지상파 방송사는 방실협과 신의를 지키며 정상적으로 배우들에게 재방송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MBC와 SBS는 모두 법과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공중파 방송사는 자체제작, 외주제작, 방송권 구매 등 총 3가지 방식으로 드라마를 제작한다. 자체제작과 외주제작은 저작권이 방송사에, 방송권 구매의 저작권은 제작사에 있다. 방송사들은 이제껏 제작 방식에 상관 없이 드라마 방영 뒤, 인접저작권 사용료 등을 방실협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배우·작가들과 수익을 나눠 왔다. 그러다 KBS가 지난해부터 갑자기 방송권 구매 드라마에 대한 재방송료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내부 규정을 바꾸며 방실협과 KBS의 갈등이 시작됐다.

KBS는 방송권 구매 드라마가 새로운 유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100조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해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가 (영상저작물 제작 협력사로부터) 이를 양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저작권이 제작사에 있으니, 재방송료를 내야 할 건 제작사라는 입장이다.

KBS는 15일 재방송료 미지급 사태가 보도되자 “새로운 유형의 상황이 발생한 경우, 종래엔 KBS와 방실협 간에 상호 협의를 통해 지급 근거를 마련해 왔다. 이에 따라 KBS는 작년 8월부터 위와 관련한 협상을 지속적으로 협상을 진행했으나, 방실협이 협상에 미온적으로 대응을 해 아직까지 이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낸 바 있다.

그러면서 “방송권 구매 드라마라는 새로운 유형의 제작 형태가 발생했으니 방실협은 배우들이 재방송료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해 ‘특약’으로 재방송료 지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했지만,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 현재 배우들이 재방송료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