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를 연출했던 배정훈 PD가 방송되지 못했던 고(故) 김성재 편을 지금이라도 공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9년 8월3일. ‘그알’은 듀스의 멤버 고(故) 김성재씨 사망 의혹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고 영상을 본 김성재씨의 전 여자친구였던 김모씨가 ‘그알’ 방송이 자신의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방송 전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알’ 김성재편은 그렇게 묻혔다.
그러나 배 PD는 최근 희망을 봤다. MBC가 사이비 종교 집단의 실체를 다룬 ‘나는 신이다’를 MBC가 아닌 OTT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했기 때문이다. ‘나는 신이다’에 등장하는 종교단체 ‘아가동산’은 방송 내용에 반발해 넷플릭스 서비시스 코리아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취하했다. 넷플릭스 서비시스 코리아는 한국에서의 구독 계약만 담당할 뿐, 방영권은 미국 본사에 있어 가처분 신청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가동산은 대신 MBC와 담당 프로듀서(PD)를 상대로 한 가처분만 유지했다. ‘나는 신이다’에 나온 다른 종교단체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역시 MBC를 상대로만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MBC와 PD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도, ‘나는 신이다’ 방영이 중단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가 이를 이행하게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지켜본 배 PD도 OTT라면 김성재 편을 내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배 PD는 24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나는 신이다’ 가처분 취하를 보면서 희망을 봤다. 그 사건을 함께 취재한 ‘그알’ 작가와 ‘꼭 하자’는 연락을 나눴다. 촬영은 다 해놨으니 OTT 문법에 맞게 편집하면 된다. 꼭 하고 싶다”고 했다.
◇ 여전히 미스터리인 고(故) 김성재 죽음
1993년 듀스로 데뷔한 김성재씨는 1995년 솔로앨범을 발표했다. 그러나 컴백 하루 만인 그해 11월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몸에서 수많은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고, 사인은 동물마취제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성재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무성했다. 당시 여자친구였던 김씨가 용의자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19년 ‘그알’은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부검보고서, 수사, 공판 기록과 당시 언론 보도를 검토하고 수사기관·법원 관계자들을 수소문해 인터뷰했다. 유족과 지인들도 만났고, 법의학자와 의사들의 조언 등을 종합해 방송을 준비했다. 그러나 김씨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방송되지 못했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방송 재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 ‘그알’ 측은 추가 취재를 더해 새로운 내용을 방영하겠다고 예고했으나, 김씨의 가처분 신청이 또 인용되면서 무산됐다.
배정훈 PD는 통화 말미에 “혹시 김씨의 근황을 알고 있냐”는 기자 질문에 “알고 있다. 아주 잘 있다. 정말 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