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파트2 포스터. /넷플릭스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이 성인이 된 뒤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는 악역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중 가장 위험한 인물은 누구일까.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는 의외로 ‘학폭 4인방’이 아닌 문동은의 직장 동료를 꼽았다.

박 교수는 23일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서 드라마 ‘더 글로리’ 장면들을 보며 캐릭터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등장인물 중 현실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은?

'더글로리' 추정호(허동원) 선생. 학생들을 상대로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박 교수는 “드라마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이 추정호 선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정호(허동원)는 학교에서 문동은보다 직급이 높은 교사로, 문동은이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과도한 업무를 맡기는 등 문동은을 괴롭히는 인물이다. 극중 아이들을 상대로 불법촬영 범죄까지 저지른다. 박 교수는 “가장 피해자가 많을 수 있는 사람이 추 선생”이라며 “어린 아이들의 이상한 사진을 찍는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피해를 입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수백 명이 나올 수 있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자 교직원 화장실과 여학생 기숙사에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촬영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등학교 교사가 있었다. 2년간 699건의 불법촬영을 해 피해자는 116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8월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엄마 VS 박연진, 문동은에게 최대 가해자는 누구?

'더글로리' 문동은 엄마 정미희(박지아). /넷플릭스

박 교수는 “연진이는 나에게 책임도 없고 의무도 없지만, 엄마는 다르다”며 어머니를 문동은의 최대 가해자로 꼽았다. 특히 어머니 정미희(박지아)와 재회한 문동은이 ‘어떻게 날 또 버리냐’며 오열하는 장면을 두고는 “동은이는 고등학교 때 이미 버림받았다. ‘또 버린다’는 표현은 아직도 동은이는 엄마에게 기대하는 게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니까 계속 상처받는 거다. 그래서 동은의 엄마가 아주 나쁘다”고 했다.

◇박연진은 사이코패스일까?

'더글로리' 박연진은 실제로 문동은을 괴롭히지 않고 지시한다. /넷플릭스

극중 박연진(임지연)은 문동은을 괴롭힐 때 이유도, 목적도 없다. 그저 괴롭힐 뿐이다. 박 교수는 “진짜 사이코패스들은 오히려 감옥에 있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에 관해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명망을 이용해 직업상의 직무수행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말한다.

박 교수는 “보면 연진이도 잘 빠져나가지 않느냐”며 “실제로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친구들 중에서 자기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지시만 하고, 표면적으로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연진이 같은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이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사이코패스들”이라고 했다.

그런 박연진도 유일하게 무너져내리는 장면이 있었다. 딸 예솔이가 연진의 과거를 알게 된 장면이었다. 박 교수는 “본인의 치부를 들켰을 때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 연진이는 정말 예솔이를 사랑하는 것 같다”며 “사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이나 강호순 같은 경우도 자기 아들들은 아주 끔찍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영철이 범죄를 저지르다가 유일하게 두려웠던 순간이 ‘범행하고 있는데 아들에게 전화가 왔을 때’라고 진술했다”며 “자식에게는 부끄러운 감정이라는 게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박연진이 어머니가 자신을 외면하자 오열하는 '더글로리' 장면. /유튜브 '문명특급'

다만, 박 교수는 박연진이 사이코패스라고 보지는 않았다. 교도소에서 마주친 어머니가 자신을 외면했을 때 애원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박 교수는 “사이코패스였다면 어머니에게 저 정도의 감정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연진이가 가진 자부심의 원천은 사실 엄마였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연진의 전부였던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걸 본인이 느꼈을 때 저렇게 무너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