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피해자 A씨 살해를 청탁한 의혹을 받는 황모·유모 부부가 암호화폐(코인)인 ‘퓨리에버’의 시세 조작에 가담했다는 증언이 6일 나왔다. A씨가 퓨리에버 코인 시세 조작을 밝혀내겠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었고, 이에 압박을 느낀 황·유 부부가 A씨 납치·살해를 청탁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A씨의 측근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지난 2020년 12월 황씨가 퓨리에버 코인 시세 조작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황씨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시작이다” “가격 오를 테니 많이 사라, 빨리”라고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러고 실제로 2시간여 만에 코인 가격이 1000원대에서 4000원까지 올랐다고 이 측근은 전했다. A씨는 황씨에게 “무엇을 한 거냐”고 물었지만 황씨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A씨 측근은 “A씨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주변인에게 사라는 말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본지가 확보한 퓨리에버 코인 구매자와 황씨의 통화 기록에 따르면 황씨는 “매도건들이 있어서 MM에서 받아치고 하는데, 그게 전부 내 돈이다”라고 했다. MM(Market Making)은 시세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것을 말하는데, 퓨리에버 코인 가격 조작에 황씨가 자기 자금을 이용했다고 말한 것이다. 황씨는 “상장 가격의 50%만 준다고 해도 사람들은 껄떡 넘어간다”고도 했다. 투자금 절반을 본인이 수수료로 가져가더라도 고수익을 올렸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황씨가 코인 시세를 조작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흘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황씨 일당은 퓨리에버 코인을 발행한 회사가 서초구 등 지자체와 협력해 시내버스에 공기 정화 필터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초구 관계자는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신규 상장된 코인은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조금만 거래가 늘어도 가격이 급변동하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A씨 측근은 밝혔다.
피해자 A씨는 이런 정황을 포착하고 피해자 50여 명과 황·유 부부 등을 사기죄로 고소할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미 2021년 9월 사기죄로 황·유 부부 등을 고소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
황·유 부부 측 변호사는 “개인 투자자는 코인 시세 조종을 할 수 없다”고 시세 조작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변호사는 이 부부가 이번 사건의 주범인 이경우(36)에게 착수금 4000만원을 줬다는 것에 대해서도 “범행 착수금이 아니라 차용증을 써주고 빌려준 것”이라고 했다. 퓨리에버 코인 발행 업체도 입장문을 내고 “코인 가격을 올리기 위해 자금을 투자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가격 방어를 위해 코인 8000만개를 소각하기도 했다”고 했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이번 납치·살해 사건 전담 수사팀을 서울중앙지검에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장은 “경찰에서 일부 구속 피의자에 대한 사건이 송치되기 전에 미리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라”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범행 배경과 동기를 포함한 전모를 명확히 규명하고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철저히 대응하라”고 했다. 검찰은 일선 경찰서에 A씨 관련 사건 재수사를 명령했다. 2021년 2월 황‧유 부부가 이경우와 A씨를 비롯한 투자자 18명에게 코인을 강취당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