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방송사의 콘텐츠를 공짜로 ‘도둑 시청’할 수 있는 ‘누누티비’ 불법 접속 횟수가 최소 8300만건인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같은 우회 통로를 고려하면 실제 접속 횟수는 1억 건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불법 스트리밍으로 K콘텐츠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정부는 뒤늦게 ‘1일 1차단’에 나섰지만, 누누티비는 이를 비웃듯 새로운 접속 경로를 텔레그램 등을 통해 계속 배포하고 있다. 누누티비는 이날 돌연 “사이트 전방위 압박에 의거 심사숙고 끝에 서비스 종료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정부의 집중 타깃이 된 누누티비가 단속·수사를 피해가기 위해 우회로를 찾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무소속 박완주 의원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는 2021년 10월부터 이번 달까지 누누티비와 그 대체 사이트 30곳에 대해 접속 차단 조치를 해왔다. 누누티비의 기본 접속 주소(URL)는 ‘noonoo.tv’인데 여기에 숫자를 더해 ‘noonoo10.tv’와 같은 대체 사이트를 만든다. 박완주 의원실이 차단된 주소들의 접속 건수를 계산한 결과 총 8349만회의 접속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복 접속자를 감안하더라도 매우 높은 클릭 수와 이용률이다. 지난 2008년 개설된 국내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인 ‘에펨코리아’의 총 접속 건수가 1억200만건으로 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박 의원실은 밝혔다.
누누티비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구독료를 내야 접근 가능한 OTT의 최신 콘텐츠를 무료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다. 지난달 3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은 공개 다음 날 바로 누누티비에 풀렸다. 티빙의 자체 제작 콘텐츠인 ‘환승연애’도 누누티비의 인기 영상 중 하나였다. 누누티비 운영진은 이용자들의 수요에 맞춤형으로 응대하기도 한다. 사이트 내 댓글로 특정 작품을 요청하면 언제 업로드할 것인지 친절하게 답변을 다는 식이다. 한 OTT 업체 관계자는 “최근 누누티비가 불법 논란으로 유명해지면서 우리 쪽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확연히 줄었다”며 “이용자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누누티비에서 스트리밍 되는 영상 위아래에는 스포츠‧게임 관련 불법 도박 광고 배너가 여럿 붙어 있다. 누누티비는 이를 주 수입원으로 삼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도박 광고를 1회 클릭하면 평균 200~600원의 수익이 나는데, 접속해서 한 번씩만 클릭한다고 가정해도 최소 수백억 원의 수입을 거둔 셈이다. 누누티비의 운영자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콘텐츠 업계에서는 도박 업체들이 직접 누누티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제2, 제3의 누누티비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는 누누티비의 무차별 콘텐츠 살포로 인한 저작권 피해액을 4조9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원작 콘텐츠를 제작하는 ‘웨이브’와 ‘티빙’은 작년 한 해 각각 1213억원, 119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불법 스트리밍 수익으로 산업도 위축되고 창작자 사기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뒤늦게 누누티비 차단 횟수를 주 1회에서 최근 1일 1회로 늘리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다. 통신사의 협조를 받아 매일 오전 10시 누누티비 URL을 차단하고 있는데, 30여 분 만에 새로운 접속 경로가 텔레그램 등을 통해서 배포되기 때문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매일 차단을 해도 효과는 30분간만 지속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용자가 몰리는 주말에는 통신사와 담당 공무원이 휴무라 차단이 안 되는 상황이다.
누누티비는 아예 차단 조치를 우회하기 위해 최근에는 전용 앱을 만들기도 했다. 이용자들도 정부 규제를 적극 피하는 방법을 찾고 공유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구글 크롬 웹스토어에 누누티비의 우회 접속 툴을 올렸는데 사용자가 3만명이 넘었다.
누누티비 서버는 도미니카에 있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도 확실치 않아 인터폴과의 공조 수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남의 저작물을 대가 없이 본다는 것은 거칠게 말하면 절도”라며 “수용자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