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나고 다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함께 나누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 장미정원을 조성해 기부한 김욱균(70) 한국장미회장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18일 서울시 마포구 정교회 성당을 찾은 김 회장은 활짝 핀 노란 장미꽃을 어루만지며 정원을 다듬었다. 김 회장이 이끄는 한국장미회는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 작년 9월 24일 100그루 장미를 심어 ‘2022 평화의 장미정원’을 조성했다.
김 회장은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노란색 장미와 푸른색 계열의 꽃을 심었고, 세계 2차대전 종전을 기념해 육종된 장미 품종인 ‘평화의 장미(Peace Rose)’를 심었다”고 했다. ‘평화의 장미’는 1945년 유엔 창설 회의에서 미국장미회가 영원한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회원국 대표에게 증정하면서 평화의 상징이 됐다. 작년에 심은 평화의 장미가 며칠 전 첫 꽃을 피웠다. 성 니콜라스 대성당 내 장미정원은 김 회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국내 우크라이나인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물색하다 한국정교회를 소개받고, 암부로시오스 대주교를 찾아가 장미정원 기부 의사를 전달하면서 시작했다.
한국장미회는 장미 애호가의 모임으로 장미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 단체다. 한국장미회는 1876년 영국의 왕립장미회를 시작으로 미국과 영연방 국가들이 소속돼 있는 세계장미회의 41번째 회원국이다. 지난 2019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시작으로 파주 외국인노동자 쉼터 등에 장미정원을 조성해 기부하는 등 해마다 장미정원을 조성해 기부해왔다. 2025년엔 한국전 발발 75주년을 맞아 임진각에 장미정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교회성당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범슬라브 커뮤니티의 중심이라 평화를 추구하는 장미회의 취지와 맞아 장미정원을 조성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는데, 대주교님께서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했다. 지난해 2년 된 장미를 이식했는데 올해 그럴듯한 정원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김 회장은 “몇 년 지나면 더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며 “성 니콜라스 대성당은 비잔틴 양식의 건축물에다 장미꽃과 나무가 아름드리 어우러진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장미 전도사다. 그는 현재 서울 중랑구에서 열리는 서울장미축제에 ‘로즈 가드닝 클래스(장미육종학교)’를 개설해 장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9년 한국의 세계장미회 이사국 가입을 기념해 앙리안 드 브리 세계장미회장을 초청, 에버랜드와 곡성 장미정원을 소개했다. 그해 에버랜드가 세계장미회 선정 ‘올해의 장미정원’에 선정되는 데 기여했다. 또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사라진 일본의 유명한 후쿠시마의 후타바 장미정원 스토리를 담은 ‘잃어버린 장미정원’ 책을 번역·출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