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했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작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서 착용했던 ‘검은 베일(veil)’이 달린 모자를 두고 “망사포 달린 모자는 왕실 가족의 여성들만 착용하는 것”이라며 불명확한 사실을 방송했기 때문이다.

23일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제17차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작년 9월 20일 방송된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분이 ‘권고’ 처분을 받았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 등으로 구분된다.

당시 방송에서 김씨는 김 여사가 착용한 검은 베일 달린 모자를 두고 “모자를 쓰셨더라. 망사포가 달린 걸 썼던데, 영국 로열 장례식에 전통이 있다. 로열패밀리의 여성들만 망사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장례식에 참석한 다른 나라 여성들을 보면 검은 모자를 써도 베일을 안 한다. 로열패밀리 장례식에서는. 적어도 영국에서는 그렇다. 모르시는 것 같아서 알려 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확인 결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지트 여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부인 미셸리 여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부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 등 다른 국가들의 퍼스트레이디들도 베일 달린 모자를 착용했다. 스페인 레티시아 왕비도 베일 달린 모자를 썼다.

김씨는 이틀 뒤 ‘이 정도는 알아야 할 아침뉴스’ 코너 말미에 “제가 장례식 검은 베일은 왕족의 전통이라고 말했는데 제가 틀렸다”며 “찾아보니까 다른 국가 대통령이나 총리의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몇 분이 썼더라”고 했다. 다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데 대한 ‘사과’는 없었다. 되레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 뒤에도 “우리 대통령 부인이 베일 달린 모자를 쓴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작년 9월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유진 위원은 “지도자와 그 배우자의 옷차림이라든가 의전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명백히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틀린 것을 인정을 한 사안이고 법정 제재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며 행정지도 선에서 마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따로 사과 방송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위원들도 있었다. 황성욱 위원은 “현지에서 문제 삼지 않는 부분에 대해, 또 이런 망사 모자를 왜 뉴스 아이템으로 선정했는지 자체가 의문”이라며 “선정했더라면 사실을 얘기했어야 하는데 엉뚱한 얘기를 하면서 사과 방송을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김우석 위원도 “정정보도는 했는데 사과 방송은 안 했다”며 “약한 고리를 공격하는 저열한 수법을 계속 쓰고 있다. 이건 구전이 되는 아주 좋은 소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취자들이) 술자리에서나 편한 자리에서 ‘아, 그런 것도 못 배우고’ 이런 식으로 갈 가능성이 큰데, 그런 것들을 잘못 보도한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결국 위원들 가운데 3인이 ‘권고’, 2인이 ‘의견진술’ 의견을 내면서 권고 처분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