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성호 부천시의원이 의정 연수 기간 국민의힘 여성 시의원 2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탈당했다. 이 사건은 국민의힘이 지난 22일 박 의원을 강제추행과 폭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그런데 박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을 추행하기 바로 전 민주당 의원들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같은 당이라는 이유로 추행 사건을 넘어가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부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 10일 전남 순천의 한 식당에서 동료 시의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 이날은 부천시의회가 2박3일 일정으로 의원 합동 의정 연수를 진행한 둘째 날이었다. 연수에 참여한 시의원과 의회 직원 40여명은 화합 차원에서 저녁마다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공개된 CCTV 영상에서 박 의원은 파란색 상의를 입은 남성 의원을 뒤에서 끌어안고 볼쪽에 입을 맞췄다. 이어 남성 의원의 얼굴을 붙잡고 다시 뽀뽀를 하자, 옆에 앉아있던 여성 의원이 박 의원을 가볍게 때렸다. 입맞춤을 당한 남성 의원이 슬쩍 입가를 닦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 의원은 뒤이어 바로 옆에 있던 여성 의원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이 여성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 의원을 향해 두 팔을 휘둘렀고, 박 의원은 이를 피하려는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항의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 의원은 박 의원에게 발차기를 한 다음에야 자리로 돌아갔다.
복수의 부천시의원에 따르면 영상 속 박 의원에게 입맞춤을 당한 2명의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이다. 정황상 박 의원의 술자리 추행 사실을 민주당 측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민주당 시의원들도 (박 의원의 문제 행동을)알고 있었다”며 “이번 일을 우리가 문제 삼지 않았다면 덮으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박 의원은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있는 테이블로 이동해 최초은 의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고, 결국 고소로 이어지게 됐다. 최 의원은 자신의 어깨를 잡고 흔드는 박 의원에게 거부 의사를 표시했으나, 박 의원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박 의원은 9일 한 식당에서는 국민의힘 또다른 여성 시의원의 가슴에 부침개를 던지고 ‘내가 떼어줘?’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지난 19일 시의회 윤리위원회에 박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 건을 제출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민주당 경기도당은 지난 22일 진상조사에 나서면서 당헌당규에 따라 징계조치를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박 의원은 같은 날 저녁 탈당계를 제출했고 이튿날 처리됐다. 민주당은 박 의원의 탈당이 ‘징계 회피 목적’이므로 조사와 징계 절차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박 의원에게 입맞춤 당한 민주당 의원들의 불만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지금 상황으로 봐선 그랬던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기자회견을 한 뒤 저희도 사실 파악을 위해 당 의원들과 면담을 하는 과정이었지만 박 의원이 탈당을 해서 현재로선 확인 자체가 무의미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부천시의회는 박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시의원은 “박 의원이 해명하는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의원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사퇴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주당 시의원들도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 비위 행위에 철저히 무관용 원칙을 견지한다”며 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