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웅(85)이 사라졌다.
장웅은 북한의 유일한 IOC 위원으로 20년 넘게 국제 스포츠계에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9년 6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국제올림픽위원회) 134차 총회를 마지막으로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사라졌다.
당시 IOC는 신규 추천 위원 후보 10명에 대한 찬반 투표를 거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전원을 위원으로 선출했다. 1938년생으로 2018년 정년을 맞았던 장웅은 IOC 명예위원으로 선출됐다. IOC 위원 정년은 만 80세다.
장웅에 대한 궁금증은 오늘 개막되는 세계태권도대회를 앞두고 불거졌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대회를 앞두고 출국 직전 본지 인터뷰서 “장웅 총재의 행방을 알 수 없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도 장웅의 안부를 묻지만 새로운 소식을 들은 바 없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도 “장웅이 북한에서 숙청된 것인지 아니면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조 총재와 장 전 위원은 그동안 한국 주도의 WT와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수장으로 오랫동안 인연을 쌓아왔다. 지난 2014년 WT와 ITF는 합의의정서를 체결한 후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ITF 시범단 초청 공연, 2018년 WT 시범단의 평양 방문 등을 성사시키며 스포츠 통해 남북화해에 기여해 왔다.
특히, 장웅은 2000 시드니올림픽 당시 남북 동시입장을 성사시키는 데 역할을 했고, 부산아시안게임에 북한의 출전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인물로 알려졌다.
1996년 IOC 위원에 선출된 뒤 22년 동안 IOC의 대북 창구 역할을 해왔고, 2002년부터 13년 동안 ITF 총재, 2015년부턴 명예총재, 북한 체육지도위원회 제1부위원장(차관급)을 맡아왔다. 장웅은 북한스포츠계의 대부로 통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다. 하지만 장웅의 부재로 북한은 IOC는 물론 남북 스포츠교류 분야의 창구가 사라진 셈이다.
장웅이 IOC 위원에서 물러나며 스포츠를 중시하는 북한에 큰 부담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집권 이후 체육 성과 및 이를 통한 교류의 확대도 신경을 써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북한이 장웅 후임으로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를 IOC측에 위원 후보로 추천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북한의 입장은 더욱 난감해졌다. IOC는 지난 도쿄 하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북한에 대해 여전히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는 분위기 속에 국제스포츠계 복귀와 IOC와의 대화 창구를 위해 IOC위원 배출을 우선으로 두고 다방면의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