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창정. /뉴스1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H사 대표 라덕연(42)씨 등 주가조작 세력 일당이 구속기소 된 가운데, H사에 거액을 맡긴 것으로 알려진 가수 임창정(50)씨가 뒤늦게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임씨는 지난해 12월 주가조작 세력이 세운 골프회사가 연 투자자 모임에서 라씨를 ‘종교’와 같다며 추켜세웠다. 그는 “근데 또 저 XX한테 돈을 맡겨, 아주 종교야. 너 잘하고 있어. 왜냐면 내 돈을 가져간 저 XX 대단한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청중들 사이에서는 “믿습니다! 할렐루야” 등의 반응이 나왔다.

임씨는 “너 다음 달 말까지, 한 달 딱 줄 거야. 수익률 원하는 만큼 안 주면 내가 다 이거 해산시키겠다”며 “위대하라! 종교가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42·구속) 대표 관련 회사의 행사에 참석한 임창정이 청중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JTBC

이와 관련 임씨 측은 6일 방송된 MBC ‘PD수첩’에 “자선 골프행사였다”며 “이 자리에는 라씨의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겨 실제 수익을 거둔 많은 분들이 계셨고, 그분들이 라씨가 훌륭한 사업가이자 투자자라고 이야기했기에 임씨도 그런 줄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임씨는 투자를 받아 인생을 건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일으켜 세워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라씨에게 잘 보이고도 싶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초대가수로 마이크를 넘겨받은 임씨는 분위기에 휩쓸려 라씨를 추켜세우는 과장된 발언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씨 측은 “행사 자리에 초대된 가수의 입장에서 주최 측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기는 하지만, 임씨는 당시 과장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라씨 일당은 지난달 26일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등 방식으로 8개 상장사 주가를 띄워 약 7305억원의 부당이익을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또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를 일임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약 1944억원을 챙긴 혐의, 같은 액수의 수수료를 식당과 갤러리 등 여러 법인 매출로 가장하거나 차명계좌로 지급받아 ‘돈세탁’을 하고 수익을 은닉한 혐의도 있다. 라씨 등 3인방의 첫 재판은 오는 15일 열린다.

검찰은 임씨 등 H사에 거액을 맡긴 이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임씨를 비롯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고액 투자자들이 증권계좌 등을 맡길 당시 라씨 일당의 주가조작 계획을 알고 있었다면 시세조종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