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유튜브는 돈벌이가 된다. 유튜브 통계분석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6월 28일 기준 보수 유튜브 채널 ‘세이엔터(전 가로세로연구소)’가 지날 5월 한 달간 슈퍼챗(후원금)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5220만원이다. 지난 6월 26일 하루 동안에만 약 873만원을 벌었다. 세이엔터의 전신인 가로세로연구소가 ‘수익 창출 정지’ 조치 이전에 벌어들인 수익은 22억원이 넘는다.

진보 유튜브라고 다르지 않다. ‘스튜디오 더탐사’는 지난 5월 한 달간 2158만원의 슈퍼챗 수익을 냈다. 지난 6월 26일 하루에만 131만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슈퍼챗 수입 상위 10개 중 7개가 정치 채널이다.

채널 구독자 수는 수입과 직결된다. 유튜버들은 슈퍼챗 외에도 후원 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받고, 조회수에 따른 광고수익까지 얻는다.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건 구독자 수를 증가시키는 한 방법이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유튜버가 극단적인 콘텐츠를 자꾸 생산하는 이유는 장사가 되기 때문”이라며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경제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자극적인 콘텐츠가 생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버 제재할 실질적 수단 없어

유튜버는 구독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극단화된 콘텐츠를 양산하고, 구독자는 이런 내용을 반복적으로 접하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진실로 믿는다. 악순환의 고리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허위사실이 담긴 전단지를 뿌린 혐의로 기소된 한 60대는 지난 5월 12일 벌금 5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자신이 한 행동이 ‘단순한 의혹 제기’라고 주장했다.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에 진실이라고 믿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였다.

언론과 유튜브는 다르다. 게이트키핑 기능이 없기 때문에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언론은 게이트키핑 기능이 있지만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는 그런 게 없으니 소문을 사실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이트키핑 기능이 없는 유튜브에서 걸러지지 않은 잘못된 정보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지면 (이용자는) 정보를 사실로 믿어버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유튜버를 제재할 실질적인 수단은 없다. 현행법은 유튜브 등 인터넷 개인방송을 ‘방송’이 아닌 ‘정보통신’ 콘텐츠로 분류한다.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나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이유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는 방법은 가능하다. 하지만 판결을 받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2020년 7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유튜버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우리보다는 해외에서 유튜브 관련 규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온라인 플랫폼의 불법 콘텐츠 삭제, 이용자의 기본권 보호, 사업자의 책임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DSA)’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의 투명성을 다룬다.

지난 2월 플랫폼 기업들은 EU에 자사의 데이터를 자체 보고해야 했다. 어떤 정도의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지 규모에 따라 그룹 짓기 위해서였는데, EU에서 월간 활성사용자 수가 4500만명 이상인 플랫폼은 ‘베리 라지 온라인 플랫폼(Very Large Online Platforms·VLOPs)’으로 분류돼 가장 엄격한 규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반면 소규모 플랫폼 기업은 보다 의무가 적다. 큰 기업과의 경쟁을 장려하기 위한 설계다.

지난 4월에 지정된 VLOPs에는 17개 플랫폼이 포함됐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인데, 이 기업들은 플랫폼에서 선거 조작 가능성과 같은 위험 콘텐츠를 평가하고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사제도를 수립하도록 요구받는다. 만약 자사 플랫폼에서 이런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제거하는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이 부과되고, 반복적으로 위반하면 EU에서 퇴출될 수 있다.

EU, 플랫폼에 매출액 6% 과징금 가능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처럼 알고리즘이 가져오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들도 있다. 독일은 2017년부터 ‘네트워크 집행법(NetzDG)’을 제정해 이용자 200만이 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가 올라오면 이용자가 신고할 수 있게 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24시간 이내에 이를 차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8년 ‘정보조작대처법’을 도입해 선거 전 3개월 동안 온라인 플랫폼에 허위정보가 고의로 대량 유포된 경우 법원의 명령으로 이를 중지시킬 수 있게 했다.

우리도 이런 강력한 규제가 필요할까. 일단 적극적 규제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다. 모든 걸 유튜버와 이용자 책임으로 돌리는 게 과연 옳은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장승진 교수는 “유튜브를 방송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규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할지 잘 모르겠다”며 “아직까지는 자정 작용에 기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극단적인 목소리가 자꾸 통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 정치가 극단적이기 때문이니 ‘저쪽만 꺾으면 우리가 모든 걸 가져갈 수 있다’는 양당 정치 구조가 먼저 바뀌는 게 우선이라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쪽은 좀 더 책임을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무언가를 의심할 수 있는 권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자유는 중요하지만 이런 권리에는 책임과 의무가 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율 교수는 “(유튜버가) 가짜뉴스를 유포했을 때 사후 처리로 명예훼손 정도밖에 걸 수 없다. 사실상 책임을 안 지는 상황이다”라며 “유튜브는 방송보다 전파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사실상 방송법보다도 강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일단은 실정법인 방송법의 적용부터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언론사 소속이 아닌 개인 유튜브는 규제 속에 들어가지 않다 보니 가짜뉴스가 생기는 경우가 흔히 있고 (피해) 구제를 하는 데도 절차적으로 복잡한 부분이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통째로 규제할 수는 없지만 가짜뉴스가 사회 통합을 방해하는 경우 이용자들이 쉽게 신고하고 수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의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팬덤특위는 지난 4월 7일 개인 유튜버 등 미디어 플랫폼 사용자를 언론중재 조정 대상에 추가하자는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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