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모습./조선DB

극단주의 테러 조직인 이슬람국가(IS) 가입을 선동한 혐의로 시리아인 A(38)씨가 기소된 사건이 대법원에 4년 가까이 계류 중인 것으로 3일 전해졌다. 최종심이 늦어지면서 시리아인과 사정(司正) 당국 모두 불만이라고 한다. A씨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출국을 못 하고 있고, 사정기관이 강제 추방 절차를 추진하려 해도 재판이 안 끝나 못 하는 상황이란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 ‘재판 지체’는 외국인도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시리아인 A씨는 지난 2018년 7월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 2015~2018년 경기도 평택 폐차장에서 함께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IS가 만든 홍보 영상을 보여주며 IS 가입을 권유한 혐의였다. A씨는 시리아를 오가며 IS 극단주의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제정된 테러방지법에 근거한 첫 구속 사례였다고 한다. 테러방지법상 테러 단체 가입을 지원하거나 가입을 권유 또는 선동하면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테러 단체 가입 권유 혐의는 무죄로, 가입 선동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두 혐의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자 검찰은 2019년 8월 “항소심 판결이 선동의 의미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1부로 넘어갔지만, 3년 11개월이 지난 지금도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너무 오래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A씨는 아내, 아들·딸과 떨어져 국내에 혼자 체류 중이다. 2~3개월마다 전화해 “언제 판결이 나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한다고 한다. 변호인은 “최근 A씨를 직접 봤는데 예전보다 훨씬 살이 빠져서 건강 상태가 걱정됐다”고 했다.

A씨는 2007년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시리아 내전을 이유로 2013년 난민 신청을 했지만 2014년 정부 심사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주로 수도권 폐차장 등을 돌며 일용 노동자로 일해 왔다. 현재 A씨는 테러방지법 혐의로 기소돼 국내에서 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 변호인은 “재판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제3국으로 가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 봐 쉽지 않다”고 했다.

사정 당국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이 A씨 주소지에 찾아가면 A씨가 없을 때가 잦다고 한다”며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재조사해 강제 추방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판결 자체가 안 나오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대한민국 이익이나 공공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외국인을 강제 추방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테러방지법이 시행된 2016년 6월 이후 최근까지 테러 관련 혐의로 추방된 외국인은 총 127명이다.